민노총 택배 노조원들의 집단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모(40)씨는 경기도 김포에 있는 C사 택배 터미널의 대리점주였다. 이곳엔 이씨 같은 대리점주가 10여 명, 택배기사 약 180명이 일하고 있다. 이씨 대리점에는 택배기사 18명이 소속돼 있고, 이 중 12명이 노조원이었다고 한다. 대리점은 고객들이 발송하는 택배를 모아 전국의 주요 허브 터미널로 보내고, 또 허브 터미널에서 내려온 택배 물품을 고객에게 최종 배달하는 역할을 한다.
김포 택배터미널 노조가 지난 5월 생긴 이후 택배를 배달해주고 받는 수수료를 올려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이후 물·휴지처럼 배송이 어렵거나 배송 난도에 비해 단가가 낮은 물건 배송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 6시를 전후해 5t 트럭이 이씨 대리점 몫의 택배 물건을 터미널에 쏟아냈지만, 택배 기사들이 모두 배송을 떠난 오후 1시가 넘어서도 이씨 대리점 택배 물건은 70~80개가 남아 있었다고 한다. 노조원들이 배송을 거부한 물건들이다. 노조원들은 편의점에서 발송하는 택배나 소비자들의 반품 택배를 터미널로 가져오는 것도 거부했다. 하루 약 150개 수준이었다고 한다.
대리점은 원청인 택배회사와 해당 구역에 대한 배송을 책임진다는 내용으로 계약한다. 노조원들이 배송·수거를 거부한 택배가 숨진 이씨 몫이 된 것이다. 이씨는 아내, 일부 비조합원 택배기사와 함께 저녁과 주말을 이용해 배달에 나서야 했다. 하지만 노조는 오히려 이를 ‘영업권 침해’ ‘부당노동행위’라며 집요하게 문제 삼았다.
31일 빈소에서 만난 이씨 아내 박모씨는 “채팅방에서 남편이 한마디 하면 노조원들이 우르르 폭언하고 조롱하는 상황이 반복됐다”고 했다. 한 조합원은 “아직 소장님 자리에 있다면 할 일은 하면서 돈 빨아 드세요~”라고 했고, 또 다른 조합원은 “소장님은 지금 우리 기사님들한데 싹싹 빌면서 제발 한번만 살려달라고 해도 시원찮을 판떼기”라고 했다.
노조원들은 이씨에게 협력한 비노조원 택배기사들에게도 폭언과 욕설을 쏟아냈다. 노조원들은 여러 채팅방에서 지난 6월부터 최근까지 원고지 3500여 장 분량의 대화를 주고 받았는데 이씨와 비노조원 기사들에 대한 비방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이씨를 도와준 택배기사의 아내는 이 내용을 보고 정신적 충격을 받아 아이를 유산하기도 했다. 당사자인 김모(39)씨는 “6년 만에 힘들게 아이를 가졌는데 임신확인서를 받은 바로 다음 날 듣기 힘든 욕과 협박을 보게 됐다”며 “결국 아기가 유산됐는데, 이런 식이면 다시 제 아기를 가질 수 있겠느냐”고 했다.
택배노조는 현 정부 들어 급속히 세를 키웠다. 택배기사들은 법적으로 일반 임금근로자가 아닌 사업자 신분이다. 이른바 특수형태고용종사자다. 현 정부는 이들의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노동계의 요구를 계속 받아들였다. 2017년 말 택배노조를 정식 노조로 인정해주고, 지난해부터는 노조 요구를 받아들이는 사회적 합의를 하라며 업계를 압박했다. 고용부 산하 준사법행정기구인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 6월 택배기사들과 직접적 계약 관계가 없는 택배 회사에 대해서도 택배기사들과 단체협상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판정을 내놓기도 했다. C택배대리점연합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노조가 파업권도 없이 지난 3개월 동안 불법파업, 폭행, 폭언 등을 했는데 고용부와 경찰이 어떤 제재도 하지 않았다”며 “갑질은 (대리점이 아닌) 택배노조가 하고 있다”고 했다. 또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민주노총 택배노조와 원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개별 택배대리점은 최하위 계층의 또다른 을(乙)”이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