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옆 세종로공원에 마련된 농성장에서 소상공인연합회 오세희 회장(왼쪽부터)과 자영업자비대위 김기홍, 이창호, 조지현 공동대표가 기자회견을 마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방역당국에 ‘조건 없는 시간 규제 철폐’, ‘조건 없는 인원 제한 철폐’, ‘온전한 손실 보상’을 요구했다. /연합뉴스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거리두기 완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오는 20일 광화문에서 대규모 촛불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8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 설치된 농성용 천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20 총궐기 계획’을 발표했다. 이들은 “방역당국이 거리두기를 완화하지 않는다면 다가오는 20일, 광화문에서 촛불 집회를 열겠다”고 했다.

김기홍(34) 비대위 공동대표는 “그동안 정부나 여야 정치인들과 대화를 통해 온건한 방식으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전달하려고 했지만 나아진 것이 없었다”며 “온건파가 추구해왔던 대화 등의 선(善)한 방식은 실패했다”고 했다.

그는 “오는 15일 발표할 거리두기 지침에서도 자영업자들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는다면, 책임지고 집행부에서 물러나겠다”며 “강경한 집행부가 새롭게 편성돼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분노를 표출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1년이 넘도록 대화를 했는데 나아지는 것이 없다면, 우는 아이를 달래고 그 뒤에서 때리는 ‘학대’를 반복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도 참여했다. 오 회장은 “이렇게 자영업 비대위가 천막농성에 나서는 것은 소상공인들의 한맺힌 절규”라며 “정부는 이런 절규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이어 “연합회 역시 이번 천막농성에 공감하며, 정부에 한 목소리로 방역지침 완화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지난 7일 오전 3시 10분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인근 세종로공원에 5평 남짓한 크기의 흰색 천막을 설치했다. 정부에 ‘조건 없는 시간 규제 철폐’, ‘조건 없는 인원 제한 철폐’, ‘온전한 손실 보상’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한편, 밤사이 이 천막을 찾는 자영업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기도 했다. 서울 도봉구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강현구(37)씨는 지난 7일 저녁 8시쯤 천막을 찾았다. 강씨는 “그동안 우리 자영업자들이 평화적이고 착하게만 요구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자영업자들이 이렇게 모이고 힘을 합치다 보면 방역 지침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천막 앞에 마련된 검정색 판에는 자영업자들이 방문해 적은 포스트잇이 붙었다. 포스트잇에는 ‘700만 소상공인의 작은 소원입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이제는 제대로 정상적으로 장사하고 싶습니다’, ‘자영업자도 이 나라의 국민입니다’ 등의 내용이 적혀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