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최전방 철책을 뛰어넘어 월북한 탈북민이 사회 부적응과 향수병 등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변보호를 담당하던 경찰관이 이를 상부에 보고했으나, 특별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군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강원도 동부전선 22사단 GOP(일반전초) 철책을 넘은 월북자는 2020년 11월초 같은 부대로 철책을 넘어 귀순한 30대 초반 남성 A씨로 추정된다. 왜소한 체구의 A씨는 기계체조 경력이 있어 높이 3m가량인 철책을 수월하게 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귀순 당시 A씨는 기계체조 경력을 입증하기 위해 몇 차례 시연도 해 보였다고 한다.
A씨는 국가정보원 등에서 조사를 받고 지난해 7월 통일부 산하 탈북민 정착기관인 하나원을 수료한 뒤 서울 노원구에서 거주하며 서울북부하나센터 등에서 각종 사회 정착 교육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관할서인 서울 노원경찰서로부터 신변보호를 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사회 부적응과 향수병을 겪었다고 한다. 그는 주변에 우리 사회에 대한 불만과 재입북할 뜻을 여러 차례 암시적으로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노원서 신변보호 담당 경찰관이 지난 6월 두차례에 걸쳐 이 같은 정황을 서울경찰청에 보고했고, 본청에도 관련 보고가 올라갔다고 한다. 그러나 본청 심의 결과 월북까지 감행할 만한 정황은 따로 드러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A씨에 대한 보고를 받고 대면 면담과 유선 통화 횟수를 늘리는 등 조치를 취했다”며 “관련 규정에 따라 적절한 관리가 이뤄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와 연락이 두절됐을 때 동선을 추적하거나 신변을 확인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어 일일이 추적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군과 경찰은 A씨가 월북하게 된 구체적인 사유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군 당국은 북한군 3명이 A씨와 접촉해 데려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A씨의 간첩 혐의 등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