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비롯한 수사 기관들로부터 통신자료를 조회당한 대학생들이 전국 113개 대학 캠퍼스에 “문재인 정부의 대학생 통신 사찰”이라며 통신 조회를 규탄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였다.
대학생단체 ‘신(新)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신전대협)는 3일 새벽 문재인 대통령의 모교인 경희대와 서울대 등 대학 캠퍼스와 과거 ‘남영동 대공분실’로 불렸던 민주인권기념관에 이와 같은 대자보를 붙였다고 이날 밝혔다.
신전대협 소속 회원 6명은 작년 3~11월 3차례에 걸쳐 공수처와 인천지검 등으로부터 통신자료를 조회당했다고 한다.
신전대협은 대자보에서 “저희가 고위공직자입니까, 아니면 범죄자입니까, 저희가 불온서적이라도 소지하고 있습니까”라며 “무차별 통신사찰 다음은 누명 씌우기와 자백 강요입니까”라고 했다.
이어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이 통제당하는 세상이 그리 멀지 않았다”며 “수사 기관은 무고한 저희의 통신 정보를 어떠한 사유로 조회했는지 밝히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화 운동을 상징하는 노래인 ‘임을 위한 행진곡’ 가사를 인용해 “독재 타도를 말하던 자들이 집권하자 독재 권력을 행사한다”고 했다.
통신조회를 당했다는 김태일 신전대협 의장은 “우리가 대자보를 써 붙였다는 이유만으로 벌금형에 처해지고 대통령에게 모욕죄로 고소당할 때, 더욱 처절하게 대자보를 쓸 수밖에 없었다”며 “이제는 통신사찰마저 당했다. 남영동 대공분실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10년 전 대선에서 민간인 불법사찰은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며 탄핵까지도 가능하다고 발언한 게 문 대통령이었다”고 지적했다.
신전대협은 통신자료를 조회당한 다른 대학생들이 있는지 확인하는 한편, 추후 공수처 등을 방문해 통신 사찰을 규탄하는 행사도 벌일 계획이다. 김 의장은 “다른 학우들도 당했을지 모르기에 대자보를 통해 통신자료 조회 사실과 이를 확인하는 방법을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