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10시쯤, 서울 구로구 고척동 상가 일대. 영업시간이 지나 시민들의 발길이 끊긴 거리는 적막했다. 식당과 카페 내부도 텅 비어있었지만, 상가 곳곳의 가게들이 조명을 환하게 밝혀두고 있었다. 자영업자들이 정부의 영업시간 제한에 반대하며 점등시위를 벌인 것이다. 간판 불을 켜둔 가게를 포함해 이 일대에서만 30여곳의 가게가 점등시위에 참여했다. 곱창집을 운영하는 김모(52)씨도 시위에 동참해 가게 간판 불을 켜두고 있었다. 김씨는 “오후 4시에 가게를 열면 7시는 돼야 본격적으로 손님을 받는데, 9시까지만 영업하라는 것은 사실상 영업 금지와 마찬가지”라며 “한달에 고정 지출만 800만원인데, 정부는 지원금이라고는 100만원 뿐이라 이제 내 인건비는 그냥 없다 생각하고 일하고 있다”고 했다.
호프집을 운영하는 김용두 고척상인회 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오후 7시부터 일을 시작하는데 영업시간 제한으로 하루에 고작 5~6팀 받는 게 전부”라며 “매출이 70% 이상 감소했다”고 했다. 이어 “오후 일찍 오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상인회 차원에서 갖은 노력을 기울여봤으나 시간 제한은 도저히 극복할 수 없었기 때문에 시위에 동참하도록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이 정부의 영업시간 제한과 방역패스 도입 등 강화된 방역대책을 연장한 것에 반발하며 오후 9시 이후에도 불을 켜놓는 점등시위에 나섰다. 6일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서울 영등포구의 한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가지고 오후 9시부터 자정까지 점등시위를 벌인다고 밝혔다. 시위는 오는 14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자영업자들은 ‘불합리한 방역정책 자영업자 다 죽는다’ ‘자영업자 영업제한 지금 즉시 철폐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영업시간 제한을 풀 것을 요구했다.
조지현 비대위 공동대표는 “국민 건강을 위해 2년간 희생해온 대가로 가게 직원들은 거리로 내몰렸다”며 “이제 영업을 해야겠다, 살아야겠다”고 했다. 기자회견에 자리한 허희영 대한카페연합회 대표는 “대한민국에서 카페를 하고 있어 죄인이 됐다”며 “매일같이 자영업자들이 죽어나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발언 도중 무릎을 꿇고 “자영업자들을 살려달라”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참치집을 운영한다는 함희근씨는 “연말 대목에 100평 가게에 손님 3명 왔다”며 “돈 몇푼 쥐어주며 손실보상이라고 하는데, 국민들이 바보로 보이냐”고 했다.
이날부터 시작된 점등시위에는 서울 곳곳의 자영업자들이 참여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공신(40)씨는 “월 임대료만 300만원인데, 가게 매출이 600만원으로 계속 적자를 보고 있다”며 “오후 9시면 가게 불을 꺼야 하는 상황에 잠을 못 이룬다”고 했다. 그는 “자영업자들은 원래 새벽까지 불을 켜놓고 일을 해왔는데, 이제 시위를 위해 불을 켠다는 게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는 것을 정부에서 알아야 한다”고 했다.
비대위는 점등시위와 더불어 10일 오후 여의도에서 영업제한 등 정부의 방역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다른 자영업자들의 모임인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은 12일 오후 2시 국회 앞 국민은행 근처에서 정부의 방역정책 규탄대회를 열고 ‘분노의 삭발식’도 거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