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제기했던 이모씨가 11일 밤 서울 시내한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나이는 55세로 확인됐다. 사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고, 유서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제기한 인물이다.
이씨는 작년 8월부터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 시절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을 당시 변론을 맡았던 이태형 변호사가 수임료로 현금 3억원과 S사 주식 20억여원어치를 받았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관련 녹취록을 언론과 시민단체 등에 제보했다.
이 제보를 받은 시민단체는 지난해 10월 이재명 후보를 변호사 선임료 지급내역 허위 공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이 후보 측은 이씨와 시민단체가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이라며 맞고발했다.
숨진 이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은 “동생과 며칠째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이씨의 누나가 실종신고를 해 수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하는 한편 CCTV 등을 분석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온라인에서는 이씨가 한달 전 페이스북에 쓴 글이 주목을 받았다. 그는 작년 12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생은 비록 망했지만 전 딸, 아들 결혼하는 거 볼 때까지는 절대로 자살할 생각이 없습니다”고 적었다. 이날은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해 수사를 받던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구속 영장이 청구된 상황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날이었다.
이씨는 또 다른 대장동 사업 핵심인물이자, 마찬가지로 극단적 선택을 통해 생을 마감한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의 사망 다음 날(12월22일)에도 글을 썼다. “현재까지 뉴스에 보도된 내용으로 판단할 때 김문기는 자살을 추정할 아무런 징후나 합당한 동기를 찾기 힘들어 보인다”고 했다. 또 “이재명 반대 운동 전면에 나선 분들 서로 생사 확인 한다고 분주. ㅎㅎ”라고 적기도 했다.
이씨의 마지막 페이스북 게시물은 지난 7일 올라왔다. 이재명 후보 조카들의 범죄 혐의를 나열한 글이었다. 이후 다른 게시물은 올라오지 않았다.
12일 이씨 사망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기 전, 온라인에선 이씨 지인들이 그의 행방을 묻기 시작했다. 이민석 변호사는 12일 새벽 페이스북에 “제 페친(페이스북 친구) 이씨가 3일 이상 연락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친누나가 실종신고를 한 상태입니다. 혹시 이씨의 소식을 아시는 분이 계신지요?”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또다른 페이스북 친구 이모씨도 비슷한 글을 올렸다.
민주당은 이날 이씨 사망과 관련해 배포한 공지문에서 “고인은 지난해 이 후보에 대해 ‘변호사비 대납 의혹’이라는 허위 주장으로 고발 조치되었고 이미 사법당국이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그런데도 불구하고 ‘변호사비 대납 의혹 폭로자 사망’ 소식으로 전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체적 진실이 가려지기 전까지 이씨는 ‘대납 녹취 조작 의혹’의 당사자”라며 “기사 작성 시 이런 점을 유의해주기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