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00억원 안팎 시(市) 보조금을 받으면서도 매년 10억~20억원씩 적자를 내는 경북 경주시의 한 시내버스 회사를 2019년 한 사업가가 인수했다. 그러더니 스스로 대표이사에 취임, 또 다시 20억원대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도 자기 급여를 기본급만 연봉 3억원에 가까운 수준으로 인상했다. 그래도 시청은 이듬해 이 회사에 보조금을 또 줬고, 금액도 대폭 상향했다. 이 과정에 현직 시장이 개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8일 경찰에 따르면, 경주경찰서는 경주시에서 시내버스를 운영하는 S사의 보조금 유용 의혹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주시와 S사 재무제표 등을 보면, 해당 회사는 자본잠식 상태에서 해마다 지자체로부터 70억~100억원 재정보조금을 받으며 간신히 버텨왔다. 경주시가 이 업체에 지급한 보조금은 2018년 77억원, 2019년 92억원 등이었다. 이러한 지원을 받으면서도 회사의 채무는 2019년초엔 59억원, 그해 말엔 79억원으로 늘었다. 회사 자본금은 6000만원으로, 심각한 자본잠식 상태였다. 이 회사 2020년 감사보고서에는 이 같은 채무 상황에 대해 “회사의 존속능력에 의문을 제기할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적혔다.
2019년 3월 A씨가 회사를 인수하고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그러더니 임원진 월 기본급여를 대표이사는 1300만원에서 2300만원으로, 전무는 48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감사(監査)는 230만원에서 480만원으로 각각 올렸다. 이 회사 전무는 A씨 매제, 감사는 아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경주시는 주인이 바뀐 S사에 재정지원 보조금을 계속해서 줬는데 그 규모가 2019년 92억원에서 2020년 147억원, 작년 153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증액 과정에선 회사의 정확한 손실을 파악하기 위한 용역 없이 시청이 자체 계산한 금액이 그대로 지원됐다.
이달초, ‘서민민생대책위’라는 시민단체가 이러한 과정과 관련, 주낙영 경주시장을 직권남용·강요 등 혐의로 고발했고,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대책위는 “부당한 보조금 지원 지시에 대해 이행할 수 없다고 건의했지만 받아 들여지지 않아 연가를 냈으며, 연가 기간에 다른 직원이 공문을 만들어 결제하는 방식으로 보조금 지급이 이뤄졌다는 내부 제보를 받았다”며 “확인해보니, 실제로 그는 예산과 전혀 무관한 부서로 발령이 나 있었고, 증언을 받으려 접촉했지만 연락을 피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주 시장이 직권을 남용하고 재정지원금 증액 심사 과정에서 실무자들에게 강요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본다”고 했다.
이와 관련, 경주시는 S사와 관련해 “임원 급여 인상 부적정성 등 11건에 대해 2020년 10월 시정·권고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또 “2020년부터 보조금이 늘어난 것은 주 52시간 근무제와 코로나19에 따른 손실을 감안한 것”이라며 “추경 때마다 용역을 해야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는 민관합동자문기구를 설치해 보조금과 관련한 논의의 장을 만들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