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들끼리 모여 살다가 그 중 한명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나머지 장애인들이 폭행해 숨지게 하고, 시체를 암매장한 사건이 벌어졌다. 경찰은 사건에 가담한 4명을 구속했다.
경기 김포경찰서는 살인 및 사체 유기 혐의로 지적장애인 A(30)씨와 B(27)씨를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이날 경찰은 살인 방조와 사체 유기 혐의로 지적장애인 C(25·여)씨를, 사체 유기 혐의로 D(30·여)씨도 각각 구속했다고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해 12월 인천시 남동구 간석동에 위치한 A씨의 빌라에서 함께 살던 지적장애 3급인 20대 E씨를 살해한 뒤, 경기 김포시 약암리 승마산 입구 인근에 암매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범행 당시 E씨와 함께 거주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E씨의 시신은 지난달 20일 승마산에서 나물을 캐던 주민의 신고로 발견됐으며, 부패가 많이 진행된 상태였다고 한다. 경찰은 같은 달 28일과 29일 이틀에 걸쳐 A·C·D씨를 인천에서, B씨를 경북 경산에서 각각 붙잡았다. B씨는 직장을 이유로 경북 경산에서 머물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 등이 E씨와 함께 살기 시작한 지난해 9월부터 E씨를 지속적으로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정황을 포착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E씨의 시신 부검을 의뢰하는 등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A씨 등은 경찰 조사에서 “E씨가 말을 잘 안 듣고 거짓말을 해서 때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피의자 일부가 과거 E씨와 함께 지적장애인 학교를 다녔던 사실을 파악하고, 이들이 함께 거주하게 된 정확한 이유 등을 향후 확인할 방침이다.
범행에 가담한 B씨와 D씨는 경계선 지능이 의심되는 지적 수준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경찰에 따르면 E씨의 부인은 E씨가 지난해 9월 무렵 집을 나갔지만, 실종 신고를 하지 않았다. E씨의 부인 역시 지적장애인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피의자들의 구속영장을 발부 받았고, 정확한 범행 시점이나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