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전남 순천에서 50대 여성이 ‘연못’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 수사를 거치면서 이 익사 사고는 ‘사건’이 돼 가고 있다. 올해 1월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 중 ‘중대 시민 재해’ 1호 사건이 될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여성이 연못에서 빠져 죽음에까지 이르게 된 이유, 단순 익사 사고를 놓고 중대재해처벌법까지 검토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순천경찰서와 전남경찰청에 따르면, A씨가 빠진 곳은 골프장 내 연못이었다. 구체적으로는 ‘워터 해저드’라고 부른다고 한다. 골프장 내 연못은 크게 두 가지 형태가 있다. 수심 1m 안팎의 경관용으로 조성된 ‘자연 연못’과 물을 모아두기 위한 깊이 3m 안팎의 ‘저류형 연못’이다. A씨가 빠진 연못은 후자였고, 골프장 내에서 벌어지는 익사 사고는 대개 저류형 연못에서 발생한다고 경찰은 설명한다.
A씨는 연못 근처에 떨어진 골프공을 주우려다가 이런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것이 추정인 이유는, A씨가 연못에 빠지는 순간을 목격한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A씨가 연못에 빠졌다는 신고가 접수된 것은 사건 당일 오전 8시 50분쯤이다. 함께 골프를 치던 일행 3명과 캐디가 이미 물에 빠져 있던 A씨를 뒤늦게 발견하고 신고한 것이다.
사고 직전, A씨와 일행은 해당 홀에서 첫 번째 샷을 쳤다고 한다. A씨가 친 공은 오른쪽으로 진행하다 연못 근처에 떨어졌다. 다른 이들의 공은 그보다 왼쪽으로 30~40m 떨어진 곳으로 갔다. 동행한 캐디는 일행 3명의 다음 샷을 먼저 도왔다가, 뒤이어 A씨의 두 번째 샷을 돕기 위해 그가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A씨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목격자인 캐디는 “연못 쪽으로 갔을 때, A씨가 그곳에 빠진 채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코만 물 밖으로 나와 있었다”고 경찰에 증언했다고 한다. 연못가가 2m가량 직벽 형태로 만들어져 있어서, 30~40m 떨어진 곳에선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A씨가 연못을 자력으로 탈출하는 건 불가능했을까. 당시 사건을 수사한 순천경찰서는 이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A씨가 빠진 곳은 중심부로 갈수록 깊어지는 깔대기형 해저드였어요. 바닥에 방수포가 깔려 있었기 때문에 미끄러워서 못 빠져나간 것으로 판단됩니다. 처음에 물에 빠졌다가 점점 중심부로 미끄러져 내려간 거죠.” 저류형 연못 바닥에 표면이 미끄러운 방수포가 깔려 있었고, 발버둥칠수록 수심이 깊은 중심부로 빠져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추측이다. A씨가 빠진 연못은 얕은 곳은 2m, 깊은 곳은 4m에 달했다고 한다.
캐디와 일행은 A씨를 구조하기 위해 근처에 있던 구명환을 던졌다. 그러나 구명환은 A씨 왼쪽 멀찍이 떨어졌다. 구명환을 끌어당긴 뒤 재차 던졌지만 A씨 손에는 구명환이 닿지 않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이 9시 16분에 사고 현장에 도착, 9시 29분에 A씨를 구조했다. A씨는 심정지 상태였고,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다.
초동 수사를 맡은 순천경찰서는 당초 이 사고를 안전사고로 봤다.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들여다보다가 이후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판단, 사건 발생 하루 만인 지난달 28일 전남경찰청으로 이첩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전남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이 사고와 관련해 사업주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 시민 재해’를 적용할 수 있는지를 놓고 고심에 들어갔다. 전남경찰청 관계자는 “아직 방침을 정하지는 않았다. 말 그대로 적용이 가능한지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 사건에 중대 시민 재해 혐의가 적용되면 지난 1월 법 시행 이후 첫 사례가 된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규정하는 중대시민재해는 다음과 같다. “특정 원료 또는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 제조, 설치, 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하여 발생한 재해.” 경찰은 ‘골프장’이 공중이용시설에 해당하는지, 또 A씨가 연못에 빠진 것을 ‘관리상의 결함’으로 볼 수 있는지를 놓고 검토 중이다. 전남경찰청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는데, 일단은 공중이용시설로 봐야 한다는 쪽 목소리가 크다”며 “아직 입건은 안 했다. 과거 내사라고 했던 입건 전 조사 중 단계”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