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오전 9시 30분쯤 시민 단체 ‘경주문화재 제자리찾기운동본부’는 A4용지 두 장짜리 청원서를 들고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을 찾았다. ‘윤석열 대통령님 귀하’라고 적은 갈색 봉투에 담긴 청원서에는 “청와대 경내에 있는 불상인 미남불을 경주로 반환해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단체 측은 집무실 인근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청원서를 대통령실에 내려다가 당황했다고 한다. 새로 들어선 용산구 집무실에 아직 민원 접수 창구가 마련되지 않아 청원서를 직접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대통령실 주소를 적은 봉투에 청원서를 넣어 우편으로 보냈다고 한다.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긴 뒤, 집무실 부근에서 대통령을 향한 각종 기자회견이나 1인 시위 등이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은 자기들 주장을 담은 서한이나 탄원서를 들고 오는데, 용산 집무실에는 막상 이 문서를 전할 민원실이 없어 집회나 기자회견 참여자들이 당황하는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

과거 청와대 시절에는 ‘연풍문’이라는 민원실에 탄원서 등을 낼 수 있었다. 집회 등이 끝나면 관할 경찰서였던 종로서 소속 경찰이 단체 대표를 연풍문으로 안내해 의견을 전달하게 돕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집무실 앞에 왔다가 행사 후 가까운 우체국 등을 찾아 청원서를 우편으로 보내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용산구 인근 오피스텔, 아파트 등 5000여 가구가 모인 ‘7개 단지 협의회’도 최근 탄원서 제출을 두고 고민이다. 이들은 집무실 이전으로 용산 일대 집회가 늘어나자 “주거 지역 부근 집회를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에 주민들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1주일쯤 전 3000명이 넘는 용산 주민이 탄원서에 서명했지만, 막상 탄원서를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 이 단체 관계자는 “우리의 의견을 대통령에게 잘 전달하고 싶은데, 막상 탄원서를 어디다 내야 할지 몰라서 고민 중”이라고 했다. 이런 불만이 잇따르자 대통령실도 27일 오전 “온·오프라인에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접수할 수 있는 창구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