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을 노리고 고의로 차량이 바다에 빠지는 추락사고를 내 여동생(40)을 숨지게 한 혐의(살인)를 받던 친오빠 김모(43)씨가 3일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전날 울산해양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에 대한 법원의 영장 심사에 불출석한 채 잠적해 해경의 추적을 당하고 있었다.

지난 3일 차량 추락사고가 발생한 부산 기장군 동백항에서 물에 빠진 차량을 인양하고 있다. /독자제공

울산해경은 3일 오후 7시 12분쯤 경남 김해시 한 공사장 인근에 주차된 차량 안에서 김씨가 숨진 채 발견했다고 밝혔다. 김씨가 발견된 장소는 그의 집에서 차로 15분쯤 떨어진 곳이다. 김해경찰서는 김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31일 울산해경은 김씨와 그의 동거녀 조모(43)씨에 대해 살인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숨진 김씨는 영장 심사에 불출석한 뒤 잠적했지만, 동거녀 조씨는 2일 밤 영장이 발부돼 구속됐다. 울산해경 관계자는 “피의자가 숨지면서 김씨에 대해서는 ‘공소권 없음’ 처분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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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지난달 3일 오후 2시16분쯤 부산 기장군 동백항에서 발생했다. 스파크 승용차가 바다에 빠져 운전석에 있던 여동생은 구조됐으나 숨졌고, 조수석에 타고 있던 오빠 김씨는 탈출해 목숨을 건졌다. 김씨는 “여동생의 운전 미숙으로 일어난 사고”라고 주장했다. 해경은 당초 김씨에 대해 보험금을 타려고 여동생의 자살을 막지 않고 방조한 혐의(촉탁살인 및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로 수사를 벌였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김씨 혐의는 살인으로 바뀌었다. 현장 CCTV를 확인한 결과, 김씨가 사건 전날 동백항을 방문해 조수석에서 차량을 움직이는 방법까지 미리 연습하는 등 범행을 계획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사고 당일엔 운전석에서 내린 김씨가 차량 안으로 몸을 깊숙이 넣어 조수석에서 운전석 쪽으로 무언가 무거운 것을 옮기는 모습이 담겼고, 차가 바다를 향해 움직일 때는 조수석에 탄 김씨가 운전석 쪽으로 몸을 기울이는 장면도 포착됐다.

수사 과정에서 공범 조씨의 존재도 드러났다. 김씨는 사고 보름 전인 지난 4월 18일 부산 강서구 둔치도(島) 부근에서 여동생 티볼리 승용차가 바다에 빠져 파손되자, 보험사에 직접 전화를 걸어 보험 대상을 동거하는 조씨 소유의 스파크로 변경했다. 이때 김씨는 여동생 보험 한도를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10배 증액했다. 보험금 수령인도 김씨로 변경됐다.

경찰은 또 김씨와 조씨의 휴대폰 포렌식과 위치 추적 등을 통해 이들이 사고 전 부산지역 여러 곳을 다니며 범행 장소를 물색한 사실을 확인했다. 기장군의 동백항을 사건 전날 한 차례 답사한 것 외에도, 두 사람은 인적이 드물고 CCTV가 없는 곳을 여러 군데 찾아다닌 것으로 조사됐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