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 범어동 우정법원빌딩 내 변호사 사무실에서 발생한 방화 사건 당시 숨진 7명이 모두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경찰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1차 소견에 따르면 사망자 7명 모두 직접적 사인(死因)은 일산화탄소중독으로 추정된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이 유족의 동의를 얻어 7명 전원을 부검한 결과다. 휘발유 등 연료가 불완전 연소할 때 발생하는 일산화탄소는 색깔과 냄새가 없어 ‘침묵의 살인 가스’로 불린다. 체내에 일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혈액의 산소 운반 기능을 떨어뜨려 호흡 곤란과 질식사로 이어진다. 국과수 측은 “사망자 중 김모 변호사와 박모 사무장의 복부 등에서 흉기로 찔린 상처가 발견됐지만, 직접적인 사인으로 보긴 어렵다”고 소견을 밝혔다.
앞서 지난 9일 오전 10시 53분 우정법원빌딩 203호실에 남성 천모(53)씨가 침입해 휘발유를 붓고 불을 질렀다. 천씨를 포함해 김모 변호사 등 7명이 사무실 내에서 모두 숨졌고, 빌딩에 있던 50명이 다쳤다. 경찰은 지난 9~10일 두 차례에 걸친 현장 감식에서 11cm 길이 칼 1점과 혈흔이 발견된 점 등을 토대로 천씨가 불을 지르기 전후로 흉기를 휘둘렀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 칼이 범행 도구로 쓰였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천씨는 재개발 아파트 투자금 반환 소송에서 패소한 데 대한 불만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 천씨가 방화한 이 사무실 소속 배모 변호사는 지난해 6월 해당 소송에서 천씨를 상대로 승소한 상대편 변호인이었다. 오는 16일로 예정된 항소심 변론을 맡은 상대편 변호인도 배 변호사였다.
천씨는 사건 당일 오전 10시에도 재개발 아파트 사업과 관련된 부동산 신탁 주식회사를 상대로 건 6억원 상당의 추심금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천씨는 이 재판 이후 불과 1시간도 지나지 않아 범행을 저질렀다. 잇따른 소송 패소로 거액의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 불만이 천씨의 방화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최종 사망 원인과 현장에서 발견된 흉기가 범행에 사용되었는지 여부 등은 국과수 최종 감정을 통해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