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전남 순천시 한 골목길에서 발생한 차량 접촉사고 현장. 사이드미러끼리 살짝 부딪혔는데 피해 차량 운전자는 뇌진탕 진단을 받아 입원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브 채널 '한문철TV'
접촉 사고 후 A씨가 촬영한 차량 사이드미러의 흠집. 그는 손으로 문지르니 긁힌 흔적(빨간색 동그라미)이 없어졌다고 주장했다. /유튜브 채널 '한문철TV'

지난 4월 20일 낮 12시쯤 전남 순천시 한 골목길에서 스용차 두 대가 교차하면서 사이드미러끼리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가 몰던 승용차가 길가에 정차해 있던 차량을 살짝 스쳤다. A씨는 “별일 아니라고 생각해 사진을 못찍었는데 살짝 긁힌 정도였다”며 “사이드미러가 깨지지도 않았고, 물티슈로 지웠더니 흔적이 지워질 정도였다”고 했다.

그러나 피해 차량 운전자는 이 사고로 다쳤다고 주장했다. 목과 어깨 염좌와 뇌진탕 등의 진단을 받아 한의원에 5일간 입원했다는 것이다. 또 차량 수리비와 렌트비 명목으로 약 49만원이 들었다고 했다. A씨는 “상대방이 경찰에 진단서를 내고 직접 청구를 해 보험사에선 ‘어쩔 수 없이 치료비와 교통비·휴업손해·위자료 등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고 한다”고 했다. 유튜브 채널 ‘한문철TV’에 소개된 사연이다. 한문철 변호사는 “상식적으로 다칠 수 없는 사고인데, 5일을 입원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보험사에 보상금을 주지 말라고 하고 상대가 소송할 때까지 기다리라고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문 콕!’, ‘살짝 쿵!’… 부딪혔는지도 모를 정도로 가벼운 접촉사고를 냈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경찰에 신고하는 게 맞는지, 보험사에 사고접수가 나은지, 이른바 사고 현장에서 보상하고 끝내는 ‘현금 박치기’가 나은지 우왕좌왕한다. 사진 찍고, 연락처도 주고 받는 게 맞는 절차인지도 의문스러울 때가 많다.

뻔한 말이지만, 전문가들은 “일단 112 신고와 보험사 사고접수부터 하라”고 조언한다. 교통 경찰과 보험사 사고조사관, 보상지원 담당자, 보험사기특별조사팀(SIU), 손해보험협회와 보험개발원 관계자 등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 교통사고가 났을 때 112 신고는 꼭 해야 하나.

“도로교통법상 교통사고가 났을 때 신고는 의무다. 다만 차만 파손되고 도로에서 위험 방지와 원활한 소통을 위한 조치를 한 경우엔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인명 피해가 없으면 신고하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반대로 신고 의무가 있는 사고 때 신고하지 않으면 3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에 처해진다.

사고 처리 절차를 잘 모르겠다 싶으면 112에 신고부터 하라고 권하고 싶다. 동시에 보험사에도 사고 접수를 하는 게 좋다. 나머지 절차는 경찰이나 보험사 직원이 가르쳐 줄 것이다.”

- 사고로 차가 막히고 뒤에서 빵빵 대고 하면 정말 당황스럽다. 이럴 때도 신고부터?

“경찰 신고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우선 최소한의 증거수집부터 하라. 사람이 다쳤으면 구호 먼저, 아니면 사고 지점과 사고 부위를 동영상이나 사진으로 촬영하라. 교통 불편이 유발되는 상황이면, 차를 빼라. 피해자에게 인적사항과 연락처를 알리는 게 의무다. 어기면 5년 이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 사고 현장 사진은 어떻게 찍어야 하나.

“동영상이 낫다. 주변 상황까지 모두 파악하기 좋기 때문이다. 내차와 상대방차가 모두 나오게, 사고 부위부터 멀리 떨어져 사고 상황 전체를 파악할 수 있게 돌아가면서 촬영하라. 사진을 찍을 때도 사고 부위는 물론 사고 상황을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차선이 나오게 찍어야 한다.”

- 동영상이나 사진만 있으면 되나. 또다른 증거는?

“블랙박스 영상, 사고기록장치(Event Data Recorder)도 확보해 놓기 권한다. 실제 사고의 충격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살짝 부딪혔는데 아프다고 드러눕거나 긁힌 정도 피해인데 부품 전체를 교체하는 등 이른바 ‘보험사기’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다. 다만 EDR은 충격이 강하거나 큰 사고일 때 유용하다. 사고 전후 일정 시간의 차량 운행 정보와 주행속도, 엔진 회전수, 가속·제동 페달 등이 담겨 있다.”

-EDR은 어디에 있고, 어떻게 확보하나?

“EDR이 모든 차량에 있는 것은 아니다. 에어백이 달린 차량엔 거의 다 장착돼 있고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주로 에어백 모듈에 장착돼 있고, 사고 조사 과정에서 자료를 추출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나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 등에서 분석한다. 운전자는 사고 직후 보험사 직원에게 EDR 분석을 해달라고 요구하면 된다. 법에도 EDR 장착 차량의 기록 정보는 공개를 의무화하고 있다.”

- 간단한 사고는 현장에서 현금 주고 끝내는 게 좋다고들 하던데.

“20만~30만원 정도 주고 한번에 해결하는 게 가장 간단한 방법이긴 하다. 그러나 사고 후 며칠이 지나 몸이 아프다고 하거나, ‘끝내자’고 해놓고 뒤늦게 뺑소니 신고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어수선한 사고 현장에서 각서를 쓰지는 않으니까. 보험처리 해놓고 추후 취소하는 방법도 있다. 일단 사고접수를 하는 게 안전하다.”

- 피해자가 원하면 살짝 긁혔는데도 부품을 새것으로 교체해줘야 하나.

“2016년 7월부터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에 따라 경미한 손상이면 범퍼 등을 통째로 교체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법으로 강제된 게 아니어서 현장에선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피해자가 손상 정도를 인정하지 않고 항의하거나 뒤늦게 사고 후유증 등을 호소하면 보험사는 합의하려는 자세로 취하게 된다.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 보험사들은 차량 수리 전 견적서를 받아 적정한지를 확인한 뒤 수리하도록 하는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 보험사 부르면 할증돼 보험금만 올라가는 것 아니냐.

“보험사마다 할증 기준이 있다. 예컨데 연간 사고 2회 이상, 보상금액 200만원 이상 등일 경우 기존 보험료의 10%가 할증되는 식이다. 문제는 할증이 적용되는 기본단가다. 보험에는 할인이 있다. 운전 경력, 무사고 이력을 감안해 할인해주는데, 사고로 할증이 되면 할인 전 단가를 적용하니 많이 오른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도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보험처리를 하는 게 유리하다. 보험적용으로 보험사가 보상금을 지급해도, 추후 자기 돈으로 채워넣으면 보험처리 이력이 삭제된다. 할증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