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 학습을 떠난다며 학교를 결석하고 실종됐다가 약 한 달 만에 바다 속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광주광역시 초등학생 조유나(10)양 일가족 3명의 장례식이 1일 광주의 한 화장(火葬)장에서 치러졌다.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는 유가족은 없었다. 화장된 유골을 묻을 장지가 정해지지 않아, 유골함은 화장장의 별도 공간에 임시로 안치됐다.
조양의 장례식은 별도 빈소 없이 안치된 시신을 입관한 다음 바로 화장하는 ‘무빈소 장례식’이었다. 3일장 등 정식 장례가 아니라는 의미에서 ‘화장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화장은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 약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조양 아버지 조모(36)씨는 2번 화로에서, 어머니 이모(35)씨와 조양은 8번과 9번 화로에서 화장됐다. 이 화장장은 화장로가 총 11곳이다.
그러나 화장이 이뤄지는 동안 조양 가족의 화장로 앞을 지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가족의 영정 사진은 없었다. 고인 이름도 ‘조**’와 같이 익명으로 표시됐다.
화장 직전, 화장된 유골을 담을 빈 목함도 운구 업체 직원이 직접 가져다 뒀다. 이 직원은 “가족이 왔는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화장이 끝나자 각 화로에 화장장 직원들이 나타나 조명을 껐다. 이윽고 한 직원이 조양 일가족 유골을 수골한 유골함 3개를 혼자서 들고 나왔다. 이 직원은 “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며 “가족들이 안 와서 고인의 명예를 위해 대신 유골함을 옮긴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모습은 사람이 붐비던 이웃한 다른 화장로들과 대비가 됐다. 다른 화로 앞 조그맣게 마련된 좌식 공간에는 각 유가족들이 모여 신발을 벗고 들어가 화장 모습을 지켜봤다. 조용히 얘기를 나누면서, 일부는 흐느끼기도 했다.
이에 화장장을 방문한 일부 방문객들은 화장 진행 상황을 나타내는 스크린을 가리키면서 조양 가족이 아닌지 서로 물어보며 안타까워 하기도 했다. 화장장 건물 밖 벤치에 앉아 기다리던 다른 유가족 4명은 “조씨 2명에 이씨 1명인데, 유나양 아니야?” “정말 가족이 없어?” “그렇다고 유족이 없을 리가 없잖아”라며 술렁였다.
유골함을 둘 장지는 따로 정해지지 않았다. 화장장 관계자는 “유족들이 ‘임시 안치’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임시 안치란 화장터에 최대 30일 동안 유골함을 맡겨두는 것으로, 이후에는 유골함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
앞서 조양과 조양 아버지 조씨와 어머니 이씨의 시신 총 3구가 지난달 29일 광주의 한 장례식장에 안치됐다. 그러나 장례식장에는 빈소가 차려지지 않았다. 장례식장 관계자는 “유가족 뜻에 따라 빈소를 마련하지 않았다”고 했다.
1일 오전에는 이 장례식장에서 발인이 진행됐다. 아버지, 어머니, 조양의 관 총 3개가 차례로 지하 안치실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왔다. 각 관은 운구업체 관계자 4명이 나눠들어 운구차에 실었다. 이외에 다른 사람은 없었다.
특대형으로 제작된 아버지 조씨의 관은 흰 천이 덮였고, 어머니 이씨와 조양의 관은 각각 대형과 중형으로 빨간 천이 덮였다. 영정 사진은 보이지 않았다. 운구차 운전자들은 관을 실은 운구차 트렁크를 닫기 전, 90도로 몸을 굽혀 인사하기도 했다.
경력 10년 이상으로 이번 장례 절차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무연고 사망도 아닌데 가족이 나타나지 않는 것은 처음”이라며 “가족들이 심적으로 보기 힘들고 안타까워 장례식에 오지 않은 것으로 알지만,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한편 이날 광주 남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달 29일 전남 완도군 송곡선착장 앞바다에서 수습된 이씨의 소지품에서 의약품 봉투를 발견하고 해당 의료기관을 찾아가 진료 사실이 있는지 조사했다.
조사 결과, 이씨는 체험학습을 떠나기 전인 지난 4월과 5월 한 차례씩 총 2회 해당 의료기관에서 공황장애, 불면증 등을 이유로 진료를 받고 수면제를 처방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가 처방받은 수면제의 종류나 양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이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 요청한 관련 자료가 도착하면 의약품 구매 내역 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양 가족 부채 규모는 카드빚과 대출 약 4000만원을 포함해 1억 5000만원쯤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