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문열씨가 경북 영양군 고향에 지은 ‘광산문학연구소’가 화재로 전소돼 경찰이 방화 여부에 대해 조사에 나섰다. 경찰은 전기 누전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1일 경북소방본부와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30일 오후 11시 14분쯤 영양군 석보면 원리리 두들마을에 있는 광산문학연구소 건물에 불이 난 것을 이웃 주민이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출동한 소방 당국은 인원 53명, 소방차 19대를 동원해 화재 발생 7시간여 만인 1일 오전 6시 20분쯤 불을 완전히 진화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ㅁ’자 구조 기와와 목조로 된 건물 2개 동(418㎡)이 모두 불에 탔다.
광산문학연구소는 이씨가 2001년 한국 현대문학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문학도 양성을 위해 지었다. 국비·군비 지원 4억원과 이씨의 자비 4억9000만원 등 총 8억9000만원이 들어갔다. 2830㎡ 부지에 전통 목조 한옥 양식으로 지어진 이 연구소는 건물 내부에 학사(學舍) 6실과 강연장, 서재, 식당 등이 있고, 주차장도 있다. 이씨가 집필실로 사용하기도 했으며 세미나 등 다양한 문화 행사도 열렸다.
경찰은 식당에서 처음 불이 난 것으로 보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방화나 전기 누전 등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화재 당시 식당을 제외하고 전기는 모두 차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양군 관계자는 “이씨가 연구소에 없을 때는 전기를 차단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화재 현장에 화재경보장치와 방범카메라(CCTV)가 설치되지 않아 발화 당시 상황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방화나 전기 누전 등 여러 가능성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했다.
이씨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정신이 하나도 없다”며 “소장 가치가 높은 중요한 책 5000~6000권은 불탄 건물 옆에 지은 신축 건물에 미리 옮겨 둬 피해를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화재가 난 서재에는 옛날 문집과 교양서적 등 한자로 된 서적 700~800권과 족보 등 가끔씩 보는 책 일부만 남아 있었다”고 했다.
경북도와 영양군은 화재가 난 연구소 옆에 2020년부터 25억원을 투입해 북카페, 전시관 등으로 구성된 가칭 ‘이문열 문학관’을 건립 중이다. 오는 9월 개관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화재로 일정을 미루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