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모(42)씨는 2017년부터 4년 넘게 이른바 ‘작업대출’ 프리랜서로 뛰고 있다. 20~30대 무직자를 주 고객으로 신용대출을 중개한다. 고객을 지인이 운영하는 회사에 ‘서류상’으로 취업시킨 뒤 자기 돈으로 고객의 4대 보험료를 3~4개월 내준다. 대출이 나오면 이미 들어간 돈을 포함해 대출금의 20~30%를 수수료로 떼어 간다.

여러 사람이 끼지 않게, 잘 아는 인맥을 통해서, 최대한 걸리지 않게’ 하는 것. 그가 말하는 대출 사기의 노하우다.

한 대학생이 서울의 한 저축은행 앞 전광판에 적힌 '대출 광고'를 바라보고 있다. /조선DB

- 작업대출이 무엇인가?

“말 그대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직업이 없으면 직업을, 금융거래 실적이 없으면 실적을 만든다. 기존 금융부채가 있으면 대신 갚아주기도 한다. 그래서 상담 후 대출이 실행될 때까지 보통 4~6개월 정도 걸린다. 금융기관에서 볼 때 대출해줘도 되겠구나 싶을 정도의 신용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 직업을 만든다는 게 무슨 말인가?

“직업이 없으면 대출이 아예 안되거나 한도가 얼마 안된다. 은행 입장에서 소득 없는 사람한테 돈을 빌려줄 수는 없지 않겠나. 그래서 서류상으로 직장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아는 사람 회사에 일시적(대출 받을 때까지)으로 취직시킨 뒤 4대 보험료를 3~4개월 이상 대신 납부해준다. 그리고 대출이 나오면 바로 퇴사 처리한다. 재직증명서 등을 위조하는 방법은 위험해서 안한다.”

- 대출 신청을 대행하는 것인가. 대출 과정에서 들키지는 않나.

“등록된 대출모집인을 통해 대출 신청을 한다. 관련 서류를 그쪽에 보내면 대출모집인이 금융기관에 신청하게 된다. 물론 최종적으로 은행 직원이 대출 당사자에게 확인 전화를 하지만 서류가 완벽하면 걸릴 일이 없다. 아직 한번도 들킨 적 없다.”

- 그렇게 하면 얼마나 대출받을 수 있나. 수수료는 얼마나 받는가?

“연체 이력 등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보통 1인당 1억원까지는 신용대출이 나온다. 1억원 기준일 때, 취직한 회사에서 낸 보험료 등으로 7~8%, 내 수수료 12~13% 정도 해서 대출금의 20%를 뗀다. 고객은 1억원을 대출받아 8000만원만 갖고 간다. 작업이 어렵거나 대출금이 너무 적으면 30%까지도 받는다. 기존 부채 상환이 있으면 별도다.”

- 고객들은 대출 후 이자나 원금을 제때 제때 갚나?

“사실 모른다. 취업한 회사 쪽 얘기를 들어보면 보통 3개월 정도는 이자를 잘 내다가 대부분 연체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은행에서 독촉 전화가 오는 시기가 대략 그렇다는 것이다. 이미 퇴사한 뒤여서 나도, 회사 측도 대출한 고객의 상태는 알 수 없다. 이때부턴 은행과 고객 사이의 문제니까.”

허위로 취업한 것처럼 꾸며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도록 도와주고 비싼 수수료를 받아 챙기는 '작업대출'의 구조도. /금감원 제공

- 불법 아닌가? 허위 취업도, 중개 수수료 받는 것도.

“미등록 중개니까 불법은 맞는다. 하지만 대출 구조가 ‘고객-대출모집인-은행’으로 돼 있어 내 이름은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프리랜서로 일한 지 4년이 넘었지만 수사 받거나 처벌 받은 적 없다. 다만 나와 고객 사이에 브로커가 끼어 자기 수수료를 챙겨가는 바람에 고객과의 마찰은 가끔 있다. 그래서 누가 소개하는 건은 잘 진행하지 않는다.”

누구라도 대출의 대가를 받는 것은 불법이다. 법에는 금융기관이 금감원이나 금융협회에 등록된 대출모집인(혹은 대출상담사)에게만 중개 수수료를 줄 수 있게 돼 있다. 작년 말 기준, 금감원 등에 등록된 대출모집인은 대형법인 16곳과 온라인플랫폼 11곳, 개인 4만1360명 등이다. 금감원은 “조건이 좋다는 이유로 미등록 대출모집인을 이용할 경우 대출 사기를 당할 위험이 높다. 등록증을 제시하지 않거나, 명함에 등록번호가 없으면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 얼마나 벌길래 불법인 줄 알면서도 이 일을 하는가.

“캐피탈 회사에 4~5년 다니다가 개인 사정으로 그만둔 뒤 이 일을 시작했다. 회사 다닐 때도 대출 영업이 판을 쳤다. 돈이 된다는 것도 알았다. 나는 안전한 건만 다루기 때문에 많이 벌진 못하지만, 연봉으로 따지면 1억5000만~2억원 정도는 된다.”

- 어떤 게 안전한 건인가. 고객을 골라서 받는 것인가?

“철저하게 잘 아는 인맥을 통해서만 한다. 보통 1시간~1시간 반정도 상담을 하면서 가려낸다. 원칙은 신용등급이 적어도 4등급 이상, 점수로 750~800점은 돼야 하고, 연체 이력 등 대출 제한에 걸릴 게 없어야 한다. 직접 은행이나 2금융권(저축은행, 보험사 등)에 찾아가도 대출이 가능한 사람들을 고른다. 그래야 사고가 안난다.”

- 직접 가도 되는데, 왜 비싼 수수료 내는 중개업자를 찾나?

“우선 원하는 만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직장이 있으면 5000만원 받을 대출을 1억원으로 만들 수 있지 않나. 또 생각보다 은행 문턱이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직업이 없거나 벌이가 시원찮은 사람일수록 그렇다. 금융거래를 아예 하지 않거나 못해본 사람도 적지 않다. 가족이 사고를 당하거나 해서 급전이 필요하면 우리 같은 사람을 찾는다. 언제든 전화로 물어볼 수 있고, 어디든 오라면 가서 상담해주고 하니까.”

서울의 한 거리, 야외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에 붙어있는 불법 대출 광고 전단들./김지호 기자

- 취업준비생이나 청년들이 대출 사기를 많이 당한다는 뉴스가 많다.

“우리 고객도 대부분 20~30대다. 개인적으로 목돈을 구하기 어렵고 직장도 없어 금융기관 대출도 잘 안되는 연령대다. 당연히 다른 방법을 찾지 않겠나. 문제는 대출 사기에 잘못 걸려들면 사회생활 시작도 하기 전에 낭패를 볼 수 있다. 특히 불법 대출에 가담했다가 적발되면 고객도 공범이 되기 때문에 전과도 생기고, 금융기관 블랙리스트에 올라 향후 대출 등 금융거래가 제한될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곳 이상의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약 440만명) 가운데 30대 이하 비중이 26.2%로 집계됐다. 20대는 36만6000명, 30대는 99만9000명에 이르며, 매년 느는 추세다. 또 20·30대 취약 차주(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 저신용인 사람들)의 고금리 대출 연체율도 크게 증가했다. 20대는 1년 전 7.4%에서 9.7%로 31%가, 30대는 8.3%에서 10.6%로 27.7%가 각각 증가했다.

- 대출금을 가로채거나 수수료만 받고 대출이 안되는 경우도 있다던데.

“그건 보이스피싱이다. 흔히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사람들을 속이는 미끼로 ‘대출’을 이용하는 것이다. 최근엔 금리가 오르자 이자 싼 대출을 소개해 준다며 접근하는 보이스피싱이 기승이다. 대출 사기는 종류가 엄청 많다. 보이스피싱처럼 완전 밑바닥에서부터 법정최고금리(20%) 어기는 불법 사채, 은행 직원과 짜고 벌이는 조직적 사기까지 수법도 다양하다.”

- 등록된 대출모집인은 안전한가.

“꼭 그렇게 볼 수는 없다. 혹시 부동산중개소에서 대출모집인 소개받은 적 없나. 서로 수수료 나눠먹기 하는 건데, 대출모집인이 대출 수수료를 요구하지는 않지만, 다른 금융상품을 끼워파는 경우가 많다. 일명 ‘꺾기’라고 한다. 사업자대출을 중개하면서 ‘심사에 통과하려면 매출이 있어야 한다’며 신용카드 단말기를 들여 허위 매출을 만들자고 한다거나, 대출해 주는 금융기관의 다른 상품의 가입 실적이 있어야 한다고 유도한다. 판매 수수료를 벌기 위한 속임수다. 일부는 금융기관 직원의 요구로 어쩔 수 없이 하는 경우도 있다.”

- 만약 대출이 필요한 가족이 있다면 어떻게 안내하겠는가.

“대출을 해주는 금융기관에 직접 찾아가 상담부터 받으라고 할 것이다. 사기 당하지 않는 최선의 방법이다. 하지만 문제는 필요한 만큼 한도가 안되거나 신용도가 낮을 때다. 이럴 때는 차라리 불법 대출 중개업자를 찾지 말고, 이자가 비싸더라도 제2, 제3 금융권을 찾는 게 낫다. 물론 턱없이 높은 이자를 받거나 불법 추심 등으로 문제된 있는 미등록 대부업체는 피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