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검찰청/조선DB

절도 혐의로 수사를 받던 과정에서 권리보호 조치를 받지 못한 장애인이 석방됐다.

대구지검은 절도·사기 등 혐의로 구속 송치된 30대 A씨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고 25일 밝혔다. 기소유예란 범죄 혐의는 인정되지만 여러 상황을 감안해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이다.

A씨는 지난 7월 경북 경산의 한 의류매장 등에서 스마트폰과 신용카드 등 211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쳤고, 훔친 신용카드로 21만원가량을 결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 5일 A씨를 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A씨가 증거 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본 것이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인권보호관 면담 단계에서 A씨가 지적장애 2급의 발달장애를 가졌지만, 경찰 수사 과정에서 별다른 권리 보장을 받지 못했다는 점을 파악했다. 현행 발달 장애 인권 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발달장애인법)에 따르면 수사 기관은 반드시 발달 장애인과 신뢰 관계에 있는 사람을 동석 시킨 뒤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 또 수사 기관에서 지정한 발달 장애인 전담 사법 경찰관 혹은 전담 검사만이 발달 장애인을 수사할 수 있다. 하지만 경찰은 A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선 이런 권리 보장을 모두 빠뜨린 것으로 조사됐다. 인권보호관실은 해당 경찰서에 발달 장애인 권리 보호 공문을 보냈고, 담당 검사실에도 A씨에 대한 권리 보장이 필요하다고 통보했다.

이후 검찰은 A씨가 신뢰하는 목사와 국선 변호인이 모두 참여한 상태에서 수사를 진행했고, 의료 자문 기관을 통해 A씨가 조현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받았다. A씨는 지난 2017년 조현병이 재발해 생활고를 겪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3일 검찰은 A씨를 조건부 기소 유예 처분한 뒤, 구속 취소 후 석방했다. 검찰 관계자는 “A씨가 구속·수감될 경우 장애 수당 등 생계 수당이 취소돼 재범(再犯)에 이를 수 있는 구조적 문제점이 있다”면서 “지적 장애의 특성상 구속이나 실형 선고보다 치료를 받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정우식 대구지검 인권보호관은 “형사 사법상 발달 장애인의 권리를 높일 수 있도록 대구시·대구발달장애인지원센터 등 관계 기관에도 발달 장애인법 관련 내용을 전파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A씨는 입원 혹은 상담치료를 받게 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