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서울 신당역에서 여성 역무원이 스토킹하던 남성 전모(31)씨에 의해 살해된 사건을 놓고,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스토킹 범죄는 극단적인 범죄의 전조 증상”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16일 YTN ‘뉴스라이더’에 출연해 “스토킹은 언제든지 살인과 특수상해 등으로 진화, 발전할 수 있다”며 “스토커의 심정적인 특성은 ‘내가 어떤 일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지금 이런 것을 원상회복하거나, 안 되면 적어도 이런 상황을 야기시킨 당사자(피해자)에게 응징과 복수를 하겠다’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스토킹이 극단적 범죄로 발현된 사례로 지난해 3월 발생한 이른바 ‘세 모녀 살인 사건’의 김태현(25)을 언급하며 “스토킹은 일반적인 범죄와 달리 취급해야 한다”고 했다. 김태현은 세 모녀 중 큰딸을 대상으로 스토킹 범죄를 저질렀다. 이후 김태현은 퀵서비스 기사로 위장해 서울 노원구의 피해자 자택을 찾은 뒤 흉기를 휘둘러 피해자와 피해자의 여동생, 어머니를 모두 살해했다.
이 교수는 경찰과 법원의 미온적 대처를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전씨는 피해자에게 불법 촬영 영상과 사진을 전송하며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경찰이 전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지난 1월에는 피해자가 스토킹 혐의로 전씨를 추가 고소했지만,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고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이어갔다.
이에 이 교수는 “두 번째 고소했을 때 (경찰이) 더 적극적으로 영장을 신청를 하고 긴급조치를 해야 했다”며 “이를테면 잠정조치 4호라는 게 있다. 재범 우려가 있을 경우, 경찰이 한 달간 구치소나 유치장 등에 구금시킬 수 있도록 법원에 청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적어도 스토킹 사건과 관련해서는 구속영장 사유를 확대하고 참고사항을 많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전씨가 범행 당일 법원에 제출한 반성문에 대해서는 “목전에 있는 불편함을 해소하고 싶었던 것”이라며 “형식적인 반성문이라도 제출해서 양형 참작을 받으려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오히려 반성문을 쓰게 된 원인 자체를 피해자에게 돌리는 왜곡된 심정이 있을 것”이라며 “(전씨에게는) 남성성이 여성의 자유의사보다는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잘못된 남성지향적 가치의식도 깔려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