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여성 역무원을 흉기로 살해한 전모(31)씨가 1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나온 뒤 한 말이다.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수감돼 있던 전씨는 이날 오후 2시 5분쯤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했다. 다소 헝클어진 머리에 하늘색 상의, 검정색 반바지를 입고 슬리퍼를 신은 모습이었다. 범행 당시 다친 왼손에는 붕대가 감겨있었다.
전씨는 ‘왜 범행을 저질렀나’ ‘스토킹·협박 혐의 인정하냐’ ‘피해자 근무지는 어떻게 알았냐’ ‘위생모 왜 쓰고 기다렸나’ ‘계획 범행 맞냐’ ‘유가족에게 할 말 없냐’ 등의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고, 곧장 법정으로 향했다.
전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김세용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30여분간 진행됐다.
전씨는 법정을 나온 뒤 ‘피해자에게 할 말 없느냐’는 질문에 “죄송합니다”라고 답했다. ‘범행 동기가 뭐냐. 피해자에게 죄송하단 말 말고 할 말 없느냐’는 질문에도 “네, 정말 죄송합니다”라고만 답한 뒤 호송차에 탔다.
전씨의 구속 여부는 이날 밤 결정될 예정이다.
전씨는 지난 14일 오후 9시쯤 신당역에서 A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두 사람은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였다. 범행 당시 전씨는 신당역에서 위생모를 쓰고 약 1시간10분 동안 대기하다가 A씨가 여자화장실을 순찰하러 들어가자 따라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전씨는 A씨의 근무지를 알아내기 위해 지하철 6호선 구산역 고객안전실에 들어가 자신을 서울교통공사 직원이라고 소개한 뒤 공사 내부망인 메트로넷에 직접 접속하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씨는 지난해 10월 A씨에게 불법 촬영 영상과 사진을 전송하며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A씨의 신고로 경찰은 전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전씨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촬영물 등 이용 협박), 스토킹처벌법 위반,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지난달 18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징역 9년을 구형했고, 15일 1심 선고가 내려질 예정이었다. 전씨는 선고를 하루 앞두고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