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핼러윈 참사 전 접수된 인파 관련 112신고 11건 가운데, 경찰이 신고자에게 ‘출동하겠다’고 응대한 뒤 시스템상엔 ‘현장 조치’가 아닌 ‘전화 상담’ 등으로 종결 처리한 경우가 6건인 것으로 1일 나타났다. 경찰청 측은 ‘전화 상담’으로 종결된 112 신고 건들에 대해, 경찰관의 현장 출동 여부를 확인하는 감찰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압사 사고 발생 전 112신고 접수 녹취록과 경찰청 설명을 종합하면, 경찰은 지난달 29일 오후 6시 34분부터 오후 10시 11분까지 11건의 인파 위험 신고를 접수했다. 경찰청은 이 가운데 ‘현장 조치’를 했다고 기록을 남긴 것이 4건이고, ‘전화 상담 종결’이 6건, 나머지 1건은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전화 상담 종결’의 의미에 대해 “통상적으로 신고자 위치를 확인하지 못하거나, (신고자와 경찰관이) 만나지 못한다든지, 이미 그분이 자리를 떠났다든지 하는 경우는 출동 경찰관이 전화를 통해 ‘어디 계시느냐’ ‘더 이상 경찰관 필요없느냐’를 물어봐서 ‘필요없다’고 하면 종료하는 게 절차”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경찰 설명과 참사 전 11건의 신고 녹취록을 대조해 보면, 경찰관이 신고자에게 ‘현장에 출동하겠다’는 취지로 언급해놓고, 경찰의 112 신고 종결 사항 내역상엔 ‘전화 상담 종결’으로 처리됐거나, 현장 출동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모두 6건이다.

오후 8시 33분 접수된 세 번째 112 녹취록을 보면, 신고자는 이태원 와이키키 앞에서 인파가 몰려서 사람들이 쓰러져 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 영상도 경찰에 문자로 제보했다. 경찰은 “출동해서 확인해볼게요”라고 응대했다. 그러나 이 신고는 경찰 내부 시스템상 ‘전화 상담 종결’로 마무리됐다.

네 번째 신고는 오후 8시 53분 접수됐는데, “아수라장이다” “압사를 당하고 있다”는 내용의 신고였다. 경찰은 이 때도 “예, 예, 경찰 출동할게요”라고 신고자에게 말한다. 이 신고도 경찰 시스템에는 ‘전화 상담 종결’로 마무리된 것으로 기록됐다.

참사 1시간여 전인 오후 9시 7분과 오후 9시 10분에도 신고가 접수됐는데, 이 때도 경찰은 “출동하겠습니다” “경찰관 출동해드릴게요”라고 답변한 것이 녹취록에서 확인된다. 이 중 전자는 ‘전화 상담 종결’이었고, 후자는 현장 출동 여부가 명확하게 기재돼있지 않다고 한다. 참사 직전인 오후 10시, 오후 10시 11분에 접수된 2건의 신고에도 경찰은 “출동해볼게요” “그쪽으로 출동할게요”라고 했지만, 마찬가지로 내부망에는 ‘전화 상담 종결’로 처리됐다.

경찰청 112상황기획계장은 이에 대해 “내부 시스템 상에 올라온 112신고 ‘종결 사항’에 그 같이 등재된 것이고, 실제 출동 여부는 단정할 수 없다. 경찰관이 현장에 나갔는데 신고자를 만나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신고자에게 접근을 할 수 없었는지, 그렇기 때문에 전화를 했는지 등을 현재로선 판단하긴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분들이 실질적으로 출동해서 어떤 조치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감찰을 통해 확인을 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