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핼로윈 참사 현장에 처음으로 도착했던 구급차는 소방서를 나서서 환자를 싣고 병원에 내려주기까지 총 1시간 30분 이상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구급차가 왕복한 거리는 약 13㎞에 불과하지만 사고 현장에서 환자를 싣는 데만 40분이 걸리면서 크게 지체됐기 때문이다. 많은 인파 속에서 환자를 구출하기 어려웠을 당시 상황을 짐작케 한다.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전날 밤 축제 인파에 깔려 다친 환자 등을 이송하기 위한 구급차들이 출동해 있다. 중대본에 따르면, 당시 사고로 현재까지 156명이 숨지고 187명이 다쳤다. /뉴스1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3일 소방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구급차는 사고 당일인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18분에 서울 종로구 묘동에 위치한 ‘종로소방서 종로119안전센터’를 나섰다. 약 6㎞ 거리를 24분 동안 주파한 구급차는 용산구 이태원동 사고 현장에 오후 10시 42분에 도착했다.

그러나 구급차는 이때부터 총 43분을 사고 현장에서 기다려야 했다. 당시 인파를 뚫고 구급차가 진입하는 것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에 깔린 환자를 빼내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심정지 환자가 이미 30여명으로 불어났던 오후 11시쯤 사고 현장 주변에 구급차 진입로를 확보했다.

구급차는 오후 11시 25분에서야 30세 여성 환자를 싣고 종로구 무악동 세란병원을 향해 다시 약 7㎞ 거리를 달려가기 시작했다. 또 다시 24분이 지난 오후 11시 49분, 구급차가 병원에 도착했다. 소방서를 나선 지 1시간 31분만이다.

경찰이 작성한 ‘이태원 사고 관련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이임재 당시 용산경찰서장이 “사고 현장에 구급차 통행로를 확보하라”고 지시한 것은 하루를 넘긴 30일 자정이었다. 구급차가 환자를 내려준 뒤로도 11분이 지나서였다. 경찰청은 지난 2일 이 전 서장을 ‘대기 발령’ 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