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장관을 스토킹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친(親)민주당 유튜브 채널 ‘더탐사’ 관계자들이 집단으로 한 장관 아파트에 침입하고 이를 생중계했다. 가족만 두고 집을 비운 사이 이런 일을 당한 한 장관은 이들을 공동주거침입과 보복범죄 등 혐의로 직접 경찰에 고소했다.
27일 더탐사 생중계 영상과 경찰 취재 등을 종합하면, 이날 오후 1시쯤 더탐사 진행자 강진구씨와 일당 4명이 서울 강남구 한 장관 아파트에 찾아갔다. 남자 3명에 여자 1명이 화면에는 나온다. 여기에 촬영자가 따로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당은 아파트 단지 정문은 물론 한 장관이 사는 동(棟) 공동 현관까지 통과했고, 한 장관 자택 문 바로 앞까지 도달했다. 이 과정에서 한 장관이 거주하는 층과 자택 위치 등이 그대로 노출됐다.
이들은 벨을 누른 뒤 “한 장관님 계십니까. 더탐사에서 취재나왔습니다”라며 한 장관과 면담을 요구했다. 당시 한 장관은 외출 중이었고, 한 장관 가족들만 집에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이렇게 문 앞에서 한참 서성이며 한 장관을 부르다가 “집에 없는 것 같다”며 아파트에서 빠져나갔다. 영상을 보면, 한 장관 집으로 배달된 물건을 살펴보는 모습도 나온다.
이후 경찰이 출동했고, 귀가한 한 장관이 현장에서 직접 더탐사 일당을 공동주거침입과 보복 범죄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형법 319조 1항은 ‘다른 사람의 주거에 침입한 경우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이러한 행위를 2명 이상 공동으로 했을 경우, 공동주거침입죄가 성립, 5년 이하 징역형을 받는다.
대법원 판례는 아파트의 현관과 복도 등 공동공간에 무단으로 들어가는 행위도 주거침입으로 판단한다. 대법원은 2009년 “아파트의 엘리베이터, 공용 계단, 복도 등 공용 부분도 그 거주자들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어 주거침입죄의 객체인 ‘사람의 주거’에 해당한다”며 “그러한 주거지에 거주자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의사에 반(反)하여 침입하는 행위는 주거침입를 구성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한 장관의 아파트를 빠져나온 더탐사 측은 함께 차를 타고 수서경찰서로 향했다.
차 안에서 이들은 한 장관의 집에 찾아간 경위에 대해 이야기 했다. 한 장관이 언론에 알려진 자택과 다른 곳에 거주하고 있다는 제보를 확인하고자 직접 자택에 찾아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공동현관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자 한 입주민이 “열어주겠다”며 비밀번호를 눌러줘 공동현관을 통과했다고 주장하며 당시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다만 이들이 공개한 한 장관 자택 방문 생중계 영상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또 한 장관 집 앞에 쌓인 택배가 특정 온라인쇼핑몰에서 주문한 제품인데, 택배 수취인이 전부 한 장관의 아내 이름으로 돼 있다며 “한 장관은 온라인쇼핑을 잘 안하나보다” “한 장관은 주로 이름 없는 머플러 같은 걸 하던데 이것도 우리가 파보고 있다” “아내 이름으로 쇼핑을 할 수도 있다” 등의 대화를 나눴다.
특히 강씨는 “한 장관이 아마 더탐사 취재진이 집에 방문했다는 이야기를 알게 되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불법적인 방법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이번엔 고소나 신고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더탐사 일당의 보복범죄 혐의도 성립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더탐사는 지난 9월 한 장관 퇴근길을 1개월 가까이 스토킹한 혐의로 고소를 당해 수사를 받는 중이기 때문이다.
한편 더탐사 측은 수서경찰서를 찾아간 모습도 생방송으로 내보냈다.
이들은 문 닫힌 경찰서 정문 너머로 한 경찰 관계자를 향해 “오늘 아침 저희 기자 집에 찾아와 전화를 하면서 나오라고 한 이유가 뭐냐. 무슨 근거로 찾아왔는지 확인을 하러 왔다”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압수수색 나왔으면 압수수색 영장 보여주고 압수수색 나왔다고 말해야 하는데 그런 말도 없이 그냥 나오라고 하지 않았나. 얼마나 긴급한 상황이라고 일요일날 압수수색을 진행하나. 우리가 법무부장관을 취재하기 위해 추적을 한 게 스토킹이냐”고 재차 항의했다.
앞서 한 장관 측은 지난 9월28일 퇴근길에 자동차로 미행당하는 등 스토킹 피해를 입었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냈다. 경찰은 한 장관의 주거지 인근 CCTV 등을 분석해 더탐사 기자를 피의자로 특정했다. 해당 기자와 더탐사는 한 장관 관련 제보를 확인하려는 취재 활동이었다며 스토킹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수서경찰서는 해당 기자에 대해 지난 4일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