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째 파업(집단운송거부)을 이어가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화물연대 행태가 갈수록 파행과 일탈로 점철되고 있다. 파업에 동조하지 않은 동료 기사들을 향해 저주와 욕설을 퍼붓는 현수막을 내거는가 하면, 쇠구슬에 라이터·마이크까지 집어던지고, 일부 조합원은 파업 도중 불법 도박을 벌이다 적발되기까지 했다.
지난 5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조폭행위를 당장 멈추십시오’라는 글을 올렸다. 글과 함께 붙인 사진에는 충남 서부 탱크지회 이름으로 내건 현수막이 등장한다. 글귀는 “지금 일하고 있는 의리없는 개XX들아. 오늘 길바닦(바닥)에서 객사할 것이다”였다. 원 장관은 이와 함께 비조합원 화물 기사가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문자 메시지도 공유했다. “장관님, 제발 좀 살려주십시오. 지난번 6월 (화물연대) 파업 때도 너무 고생했고, 손실이 막대했습니다. 저희 차로 제품을 실고 나오다가 화물연대에 들켜서 짐을 다시 내려놓고 왔습니다. 우리나라가 자유민주국가가 맞는지요”라고 호소하는 내용이다.
원 장관은 앞서 다른 글에서 “마음만 먹으면 조직적 힘으로 세상을 멈출 수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착각에 빠진 집단이 바로 민노총”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 화물연대 조합원이 비조합원 화물 차량을 향해 쇠구슬을 쏘는 영상을 올리며 “참 잔인하다. 동료에게 쇠구슬을 쏘다니 화물연대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동료의 생명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것인가”라고 한탄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정부가 시멘트 운송 분야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을 고수하면서 파업 동력이 점차 약해지자, 위기감을 느낀 파업 참가자들이 내부 단속을 위해 전보다 더 난폭하게 반응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6일 국무회의에서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가 13일째 이어지고, 민주노총의 총파업까지 가세하면서 민생과 산업 현장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이를 빌미로 행해지는 폭력과 불법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다. 정부는 불법에 타협하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6일 기준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한 불법 행위 28건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45명을 붙잡아 조사하는 중이다. 대부분 일부 강성 조합원들이 파업 불참자와 업무에 복귀하려는 차주들의 운송을 방해했거나, 협박성 문자 메시지를 보낸 내용이다. 지난달 26일 부산 지역 화물연대 조합원이 비조합원이 운행하던 트레일러 차량에 쇠구슬을 쏴 차량 유리 등을 파손시켜 운전자가 부상을 입은 일이 있었다. 경찰은 이같은 일을 저지른 조합원 3명 중 1명은 구속했고, 다른 2명은 불구속 상태로 수사하고 있다.
민노총 산하 건설노조는 지난 5일부터 화물연대를 지지하며 동조 파업에 들어가면서 건설 현장에서 레미콘 등 공사 차량 진입을 막는 일도 벌어졌다. 건설노조 일부 지부는 조합원들에게 ‘현장 전면 타설 중지를 요청한다’는 긴급 공지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이 때문에 타설 근로자 대부분이 민노총 소속인 부산·울산·경남 지역 건설 현장이 타격을 입기도 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5일 부산 한 건설현장을 찾아 “조직적인 집단 힘을 이용해 위협과 협박을 써서 대화를 하면 그게 바로 폭력”이라며 “이번 기회에 화물연대의 ‘떼법’뿐 아니라 조폭적 행태도 함께 뿌리뽑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업무개시명령 후 운송 업무에 참여하려는 화물차주들이 많은데 이들이 가장 걱정하는 게 화물연대 불법 폭력행위”라며 “이번 만큼은 정부가 불법 행위자를 끝까지 추적해 처벌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전했다.
일부 화물연대 조합원은 파업 현장에서 도박판을 벌이다 적발되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 5일 전북 군산시의 한 부두앞에 설치된 화물연대 천막안에서 이른바 ‘훌라’ 도박을 한 10명을 붙잡아 조사했다. 경찰은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1000만원대 도박을 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현장에서 판돈 111만원을 압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노총이 ‘한미 동맹파기’, ‘국가보안법 폐기’ 등 노동 운동과 상관없는 주장을 지속하는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민노총은 홈페이지에 북한 노동당 외곽단체인 ‘조선직업총동맹’이 보낸 ‘민주노총에 보내는 련(연)대사’를 올려놓고 있다. 이 글에는 “미국과 남조선 집권세력은 하늘과 땅, 바다에서 침략 전쟁연습을 광란적으로 벌려놓고 있다”며 “온 겨레의 치솟는 분노를 자아내는 반통일 세력의 ‘대결망동’을 단호히 짓뭉개버려야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 8월 한미 동맹파기 등을 주장하며 대규모 집회를 열었을 때 북으로부터 받은 글이다.
김행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6일 이를 언급하며 “이것은 사실 국가체제에 대한 문제다. 순수한 노동 투쟁으로 보기 어려운 것”이라면서 “노동투쟁을 하는데 한·미·일 군사훈련, 동맹이 왜 거론되나’고 말했다. 민노총은 지난 1일 ‘아직도 활개 치며 위세를 떨치고 있는 국가보안법, 이제는 관에 넣어 땅 속에 묻자’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국가보안법은 북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해 남북화해와 단결을 가로막고 있다”며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어야만 남북 대결을 걷어내고 평화통일의 새시대를 열어나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국토부와 화물연대의 2차 면담을 마지막으로 어떠한 논의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 이번 화물연대 파업에 ‘법과 원칙’을 강조해 온 강경 대응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물밑 협상까지 배제하면서 ‘업무 복귀 전까지는 어떠한 대화도 없다’는 태도를 유지하는 것을 두고 노동계에서는 “정부가 민노총 소속 강성 조합원들의 불법 폭력행위를 더 이상 묵과하지 않겠다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