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파주시의 한 아파트에서 택시 기사를 살해하고 옷장에 시신을 숨겼다가 검거된 30대 남성 피의자가 동거하던 자신의 전 여자 친구도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남성은 지난 8월 동거하던 아파트의 소유주이면서 자신의 전 여자 친구인 50대 여성을 살해한 뒤에도 이 아파트에서 계속 거주했고, 택시 기사의 시신을 5일 동안 집 안 옷장에 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경기 일산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음주운전 접촉사고 합의금을 주겠다며 택시 기사 A(60)씨를 집으로 유인해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이모(32)씨가 전 여자 친구 B(50)씨도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이씨는 “8월 초 아파트 집 안에서 (B씨를) 살해했으며, 시신은 파주시 공릉천변에 유기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기동대원, 수중수색요원, 드론팀 등을 투입해 시신 수색 작업을 했다.
B씨는 지난 20일 이씨가 A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범행 장소인 아파트의 소유주이다. 특별한 직업이 없는 이씨는 이곳에서 B씨와 동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택시 기사 A씨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집주인 B씨가 연락이 닿지 않았다. B씨의 휴대폰이 집 안에서 나왔고, 신분증도 이씨의 차 안에서 발견됐다. 이에 경찰은 이씨의 추가 범행 가능성을 열어두고 B씨의 통신과 계좌 등에 대한 압수영장을 발부받아 생활 반응 여부를 확인했다. 이씨는 처음에는 B씨에 대해 “여름에 집을 나간 뒤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경찰의 계속된 추궁에 범행을 자백했다. 경찰은 이씨의 차량 뒷좌석에서 혈흔으로 추정되는 성분을 발견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식을 의뢰했다.
이씨는 택시 기사 A씨를 살해한 혐의로 지난 25일 검거됐다. 그는 20일 오후 11시쯤 파주 아파트에서 A씨를 둔기로 때려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경기 고양시 한 도로에서 음주운전으로 접촉사고를 낸 뒤 “경찰을 부르지 않으면 합의금과 수리비를 충분히 주겠다”며 A씨를 집으로 데려갔으며, 다투다가 홧김에 살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씨의 범행은 그의 현 여자 친구가 아파트에서 시신을 발견하면서 발각됐다. 이 여성은 25일 오전 11시 22분쯤 “남자 친구 아파트 옷장 안에 죽은 사람이 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에 앞서 A씨 자녀도 같은 날 오전 3시 30분쯤 “아버지가 6일째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 30분 전에 카카오톡을 했는데 다른 사람인 듯하다”며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경찰은 아파트에서 A씨의 시신을 확인한 데 이어 낮 12시 10분쯤 고양시의 한 병원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당시 이씨는 친구들과 싸우다가 손을 다쳐 치료받던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A씨를 살해해 시신을 옷장에 유기한 뒤 택시는 약 1㎞ 떨어진 공터에 버리고 블랙박스를 삭제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했다. A씨 가족이 안부를 묻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오자 ‘바빠’ ‘밧데리 없어’ 등의 답변을 보내기도 했다. 또 검거될 때까지 5일 동안 A씨의 신용카드로 물품을 구입하고 대출을 받는 등 5000여 만원을 빼돌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씨가 살해한 전 여자 친구 B씨의 신용카드로 거액을 대출받은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B씨 소유의 아파트에는 3개 카드사에서 1억원 상당의 가압류가 설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금전을 노린 계획적인 범행 여부를 조사하고 있으며, 휴대폰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등을 통해 추가 범행 가능성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26일 이씨에 대해 살인 및 사체 은닉,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이씨의 심리 분석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