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직장갑질로 논란을 빚은 시중 대형은행의 서울 본사에서, 한 노조 간부 출신 직원이 극단적 선택으로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9일 오전 9시 35분쯤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사 지하 3층 주차장 세워진 한 차량 내부에서 박모씨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차량 안에서 번개탄이 나왔고, 유서로 추정되는 서너 줄 분량의 자필 메모가 있었던 점 등을 근거로 극단적 선택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유서 내용과 주변인 진술 등을 확인해보니 숨진 박씨가 노조 활동과 관련해 힘들어했던 정황이 일부 있었다”며 “추가 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박씨 사망 경위를 밝힐 예정”이라고 했다.
금융권에서는 박씨가 최근 노조 활동과 관련한 각종 비위 혐의로 사내 감찰을 받아왔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는 최근 알려진 직장 갑질 사건과 관련해, 조합원들의 항의와 투서를 무마한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갑질 사건은 우리은행 직원의 아내인 B씨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 남편 명의로 접속, 남편 소속 부서 부장의 비위를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해당 부장이 부하 직원들에게 내기골프나 실적부진 등을 빌미로 한번에 100만원씩 현금을 뜯어갔고, 뺨을 때리거나 ‘집에서 김밥을 싸오라’는 등의 지시를 내렸다는 내용의 폭로였다. 감찰 결과 실제로 현금 갈취, 폭행, 협박 등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고, 해당 부장에게는 지난 3일 대기발령이 내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숨진 박씨는 최근 새 지도부 선거에서 낙마했는데, 그 과정에서 과거 노조 활동에 관한 각종 투서가 들어가자 우울증을 앓아온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은행 측은 “박씨는 직장 갑질 의혹에 연루된 부장과 친분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박씨에 대해 정식 감찰을 진행한 것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