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문재인 정부 당시 임기가 남은 공공기관장을 물러나도록 압박했다는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주요 피의자인 백운규 전 산업자원통상부 장관 등 5명을 19일 불구속 기소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서현욱)는 이날 백운규 전 산자부 장관과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조현옥 전 대통령비서실 인사수석과 김봉준 전 대통령비서실 인사비서관 등 2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블랙리스트 의혹’이란 지난 2017년 산자·과기·통일부 전 장관들이 산하 공공기관장들에게 사임을 종용하고 내정자를 선정하는 등 인사권을 남용했다는 의혹을 말한다.
검찰 등에 따르면, 백 전 산자부 장관은 지난 2017년 9월 한국서부발전 등 산자부 산하 발전사 4곳의 기관장 4명에게 사직을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백 전 장관이 기관장들을 서울 소재의 호텔과 식당 등으로 불러내 ‘이번 주까지 사직해 달라’고 요구했으며 이후 이들이 일괄적으로 사표를 제출했다고 알려졌다. 또 백 전 장관은 산자부 산하 공공기관 11개의 기관장들에게도 사표 제출을 요구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백 전 장관이 내부 인사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정황을 포착했다”고도 밝혔다. 검찰 수사 결과 백 전 장관은 2018년엔 모 정치권 인사를 한국지역난방공사 후임 기관장으로 선발하기 위해 직무수행계획서를 대신 작성하고, 면접위원들에게 면접 예상 질의를 작성 및 제공하여 특정인이 내정되었음을 고지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 백 전 장관이 한전KPS가 2017년 시행한 86명에 대한 직원 인사를 3일만에 번복 및 취소하게 한 부분도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유영민 전 과기부 장관 역시 산하 공공기관장들에게 사표를 종용한 혐의로 이날 불구속기소됐다. 유 전 장관은 지난 2017~2018년 기초과학연구원 등 과기부 산하 7개 공공기관장들에게 사표를 제출받았다. 이 과정에서 유 전 장관은 3년 전 이미 감사를 받은 한국과학기술평가원에 대한 종합감사를 실시하는 등 지속적으로 사임을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은 산하 공공기관장에게 직접 사표 제출을 요구했다고 보고 있다. 조 전 장관이 지난 2017년 통일부 산하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장에게 반복적으로 사직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직접 재단장에게 ‘조속히 사직해 달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검찰의 ‘블랙리스트 의혹’ 관련 수사는 지난 2019년 1월 산자부 사건에 대한 고발장이 접수되면서 시작했다. 이후 같은 해 3월에는 과기부와 통일부에 대해서도 관련 고발장이 접수됐지만, 수사는 지지부진했다. 그러다 고발장 접수 3년 만인 작년 3월에서야 산자·과기·통일부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하며 수사에 속도가 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