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니코틴 원액이 섞인 음식물을 먹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여성이 2심에서도 유죄가 인정돼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 피해자에 대한 부검에서 니코틴 성분이 검출되면서 타살로 지목됐고 ‘화성 니코틴 살인사건’으로 불리며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수원고법 형사1부(재판장 신숙희)는 9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이 인정한 일부 사실에 대해서는 근거가 부족하다며 파기했지만 동일한 형량인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21년 5월 26∼27일 경기도 화성시 집에서 남편 B씨에게 3차례에 걸쳐 치사량 이상의 니코틴 원액이 든 미숫가루, 흰죽, 물을 먹도록 해 B씨가 니코틴 중독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5월 26일 아침과 저녁 B씨에게 니코틴 미숫가루와 흰죽을 먹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극심한 통증에 시달린 B씨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퇴원했으나, A씨는 다시 남편에게 니코틴 원액이 담긴 물을 마시도록 했다.
결국 B씨는 집에서 쓰러졌고, 아내 A씨의 신고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B씨의 시신은 부검 결과 니코틴 중독이 확인됐으나, B씨는 8년 전에 담배를 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아내 A씨가 범인으로 지목됐고 2021년 11월 검찰에 의해 구속송치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공소사실 중 미숫가루와 흰죽은 B씨가 이로 인해 사망에 이르렀다는 합리적 의심이 배제될 정도로 A씨의 범죄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의료진 및 법의학자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피해자가 호소한 증상 등으로 봤을 때 니코틴 중독이 아닌 식중독 등일 수도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남편이 숨지기 전 여러 차례에 걸쳐 다량의 액상 니코틴을 구매한 점, 연초나 전자담배를 피우지 않는 B씨 몸에서 치사 농도의 니코틴이 검출된 점 등에 비춰봤을 때 B씨가 퇴원한 뒤 집에서 니코틴이 포함된 물을 마시고 숨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남편 B씨가 자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친구와 직장 동료들의 진술, 유서가 발견되지 않은 점 등 B씨의 숨지기 전 행적을 살펴봤을 때 액상 니코틴을 스스로 음용하는 방법으로 자살했을 가능성도 작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판결 전 구속 기간이 만료돼 작년 말 재판부 직권으로 보석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A씨는 이날 실형이 선고되면서 법정 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