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그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추가적인 압수수색에 나선 작년 10월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쌍방울 그룹 본사에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뉴스1

쌍방울 그룹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에 대비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하거나 증거인멸을 교사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쌍방울 그룹 부회장인 김모씨가 첫 재판에서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다. 그는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의 동생이기도 하다.

2일 오후 수원지법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 심리로 열린 1차 공판에서 김씨의 변호인은 “증거인멸 부분에 대한 공소사실 자체에 이견이 있다”며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김씨는 2021년 11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법인카드 및 차량을 제공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김 전 회장으로부터 “업무 관련자들의 PC를 교체하라”는 지시를 받고 쌍방울 그룹 윤리경영실장 A(구속기소)씨와 증거인멸 방법을 상의한 뒤 관련 자료가 남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훼손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김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PC 교체와 관련해 공모한 사실이 없고 교사 행위도 하지 않았으며, (증거인멸을 실행해) 정범으로 지목된 다른 피고인 중에서 김씨로 인해 범행을 결심했다고 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또 “김씨는 형의 전화를 받은 뒤 본사에 나가 상황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을 뿐”이라며 “설령 증거인멸에 가담했더라도 친족 간의 특례에 해당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했다.

김씨와 함께 기소된 A씨 등 임원들과 증거인멸에 가담한 비서실 직원 등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검찰은 김씨와 A씨 등 쌍방울 그룹과 계열사 임직원 12명을 증거인멸과 범인도피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이 가운데 쌍방울 윤리경영실장 A씨는 2021년 10월 김 전 회장으로부터 이 전 부지사와 관련한 증거를 인멸하라는 지시를 받고 윤리경영실 차장 B(구속기소)씨에게 관련 하드디스크를 파쇄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지시에 따라 회사 옥상에서 망치로 하드디스크를 부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수사관 출신인 A씨는 작년 5월 함께 근무했던 수원지검 수사관에게 압수수색 대상 계좌 등 수사정보를 빼낸 혐의로도 기소돼 지난달 9일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번 사건에 기소된 임직원들은 이 수사정보 문건과 문건의 스캔 내역이 남아있을지 모르는 회사 사무실 내 복합기 2대의 사용내역도 파기 또는 삭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쌍방울 계열사 광림 부사장인 C씨 등 2명은 지난해 7월 29일 태국의 한 가라오케에서 당시 도피 중이던 김 전 회장의 생일파티를 열어주는 등 범인도피 혐의도 받는다. C씨는 태국 유명 휴양지인 파타야에 있는 2층 규모 풀빌라 리조트에 한동안 머물며 김 전 회장과 함께 식사하거나 골프를 친 것으로 파악됐다.

C씨 등 광림 임원 2명은 쌍방울의 대북 송금을 위해 2019년 1월, 11월, 12월 세 차례에 걸쳐 거액의 달러를 중국으로 밀반출해 중국 공항 화장실에서 방용철(구속기소) 부회장에게 건넨 혐의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C씨 측 변호인은 혐의를 대부분 인정하면서도, 밀반출한 금액은 검찰 측의 의견과 다르며 김 전 회장과 태국 현지에 머무르며 식사 등을 한 것은 초대에 응한 것일 뿐 범인도피 혐의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