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경찰청은 청사 안에 '추모의 벽'을 만들고 2002년 9월 추석 명절 근무 중 괴한의 습격을 받고 순직한 백선기 경사를 추모하고 있다.2023.3.6/뉴스1

지난 2002년 전북 전주시의 한 파출소에서 발생한 ‘백선기 경사 피살 사건’ 당시 사라졌던 권총이 21년 만에 울산시 모처에서 발견됐다. 당시 범인은 백 경사(당시 54세)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백 경사가 가지고 있던 권총과 실탄을 빼앗아 달아났다. 이번에 그 권총이 발견되면서 21년 동안 장기 미제로 남아 있던 이 사건 수사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전북경찰청은 최근 첩보를 통해 확보한 38구경 권총의 총번 등에 대해 정밀 감식을 진행한 결과 백 경사가 사망 당시 소지했던 권총으로 확인됐다고 6일 밝혔다.

백 경사는 2002년 9월 20일 0시 50분쯤 전주시 덕진구 금암2파출소에서 혼자 근무하다가 살해됐다. 백 경사는 목과 가슴 등을 흉기에 수차례 찔렸으며 순찰을 나갔다 복귀한 동료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백 경사가 허리띠에 차고 있던 38구경 권총과 실탄 4발, 공포탄 1발은 사라진 상태였다. 당시 경찰은 20대 3명을 검거해 자백을 받았으나 이들은 “경찰의 강압수사로 허위 자백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이후 결정적 증거인 권총도 찾지 못하면서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현재 경찰은 지난해 검거돼 ‘대전 국민은행 권총 강도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기소된 이승만(53)과 이정학(52)을 ‘백선기 경사 피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있다고 한다. 백 경사의 권총이 이들이 머물렀던 것으로 추정되는 울산의 모처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승만·이정학은 지난 2001년 12월 21일 오전 10시쯤 대전 서구 둔산동 국민은행 지하 주차장에서 현금을 수송하던 은행 직원 김모(당시 45세)씨를 권총으로 쏴 살해하고 3억원을 들고 달아났다. 이 사건도 미제로 남았다가 사건 발생 21년 만인 지난해 8월 25일 이승만과 이정학이 붙잡히면서 해결됐다. 지난달 17일 1심에서 이승만은 무기징역, 이정학은 징역 20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고교 동창인 두 사람이 은행 강도에 사용했던 권총도 경찰관 권총이었다. 그들은 범행 2개월 전에 대전 대덕구 송촌동에서 순찰 중이던 경찰관을 차량으로 들이받아 권총을 빼앗았다. 백선기 경사가 살해된 시점은 그 이후였지만, 경찰은 이 두 사람이 또 다른 범행을 위해 그 같은 일을 저질렀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권총이 어떻게 울산까지 갔는지 등에 대해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