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새내기 소방관이 불이 난 주택에 갇힌 70대 남성을 구하려 화마에 뛰어들었다가 순직했다. 순직한 소방관은 지난해 5월 임용된 뒤 10개월 만에 사고를 당했다.
7일 전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 33분쯤 전북 김제시 금산면의 한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신고를 받은 소방 당국은 오후 9시 8분쯤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화재 진압을 하면서 주택 내 인명 수색에 들어갔다. 이때 주택을 빠져나온 A씨가 금산119안전센터 소속 성공일(30) 소방교를 붙잡고 “남편이 안에 있다”며 구조를 요청했다. 목조건축물이라 불이 순식간에 주택 전체로 번져 검은 연기와 화염이 뿜어져 나왔지만, 성 소방교는 A씨의 남편을 구하기 위해 주저 없이 불길에 휩싸인 주택으로 뛰어 들어갔다. 오후 9시 36분쯤 불길은 잡혔다. 하지만 성 소방교는 결국 주택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A씨의 남편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성 소방교는 우석대 소방방재학과를 졸업하고 지난해 5월 임용돼 김제소방서 금산119안전센터에서 화재 진압 대원으로 근무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소방관의 꿈을 키워왔다는 그는 4번의 도전 끝에 소방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고 한다. 성 소방교와 같이 근무하는 박성현 소방사는 “공일이는 아무리 어렵고 힘든 현장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소방관이었다”며 “공일이가 웃으면서 소방관으로서 목표를 이야기하던 때가 떠올라 가슴이 매우 아프다”고 했다. 다른 동료는 “평소 성실하고 인명 구조 현장에서 늘 남보다 앞서서 활동하던 직원이었다. 항상 열심히 하던 친구였는데…”라고 했다.
이날 전주시 송천동 금성장례식장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에는 유족들의 오열이 끊이지 않았다. 성 소방교의 아버지는 “오는 16일 아들의 생일을 열흘 앞두고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참변을 당하기 하루 전날에 아들이 ‘생일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며 원하는 식당을 예약해두라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동생과 한번 다툰 적 없는 착한 아들이자 소신 있고 정의로운 아들이었다”며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어머니와 많은 이야기를 한 살가운 아들이었다”고 했다. 성 소방교의 어머니는 아들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 듯 연신 “아들아, 아들아”를 외치며 오열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성공일 소방교에게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튀르키예 지진 피해 대한민국 긴급구호대와의 오찬 행사 때 성 소방교를 애도하며 참석자들과 묵념했다. 윤 대통령은 “정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고인의 헌신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전북도는 고인에게 1계급 특진을 추서했다.
성 소방교의 영결식은 오는 9일 김제시 청소년농생명센터에서 전라북도청장(葬)으로 엄수되며, 유해는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