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 전형수(64)씨가 이 대표에게 측근들 품성을 거론하면서 관리를 잘하라고 요청하는 취지의 내용을 유서에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전씨가 쓴 노트 6장 분량의 유서 가운데 한 장은 ‘이재명 대표님께’라는 제목으로 작성됐다. 전씨는 이 유서 마지막 부분에 “측근들 진정성 있게 인간성을 길러주십시오”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는 이 대표에게 남기는 유서 앞부분에 “이제 정치를 내려놓으십시오. 더 이상 희생은 없어야지요”라고 썼다. 또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사건에 피의자로 입건돼 억울하다는 내용을 두루 담았다. 전씨 유서에는 “기본과 원칙을 갖고 공정하게 일했는데 전혀 무관한 사건에 억울하게 연루돼 있다” “내가 할 일만 했는데 왜 피의자 신분이 돼야 하느냐” “내가 특별한 역할을 한 게 없다는 걸 알지 않느냐” “사건 조작이 무섭다” 등의 표현도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집안이 풍비박산 났다”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검찰이 지난달 이 대표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던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 대표의 제3자 뇌물 혐의 공범으로 검찰에 입건돼 있었다. 검찰은 구속영장에 전씨가 이 대표,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함께 공모한 것으로 기재했다. 성남FC가 네이버로부터 후원금을 받는 과정에서 당시 성남시 정책비서관이었던 정 전 실장과 함께 성남시 행정기획국장이었던 전씨가 네이버 관계자를 만나 논의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전씨는 성남FC 사건과 관련해 작년 12월 26일 한 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다.
전씨의 나머지 유서는 ‘가족에게’ ‘형제에게’ ‘모두에게’ 등의 제목을 달아 개인적인 심경과 당부 등을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내용도 담았다. 그러나 유족이 유서 공개를 거부해 전체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한편 전씨의 발인식은 지난 11일 오전 경기 성남시 수정구 성남시의료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됐다. 발인식은 유족의 요청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됐다. 전씨의 삼촌이라고 밝힌 A씨는 “워낙 착하고 성실한 사람이었는데 무척 안타깝다”며 “고인에게 억울한 부분이 있다면 언젠가는 진실이 드러나지 않겠느냐”고 했다. 유족들은 전씨의 유해를 화장한 뒤 경기 용인시의 장지에 안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