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그룹의 대북사업을 지원하는 대가로 법인카드와 차량 등을 제공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측근이 “쌍방울의 법인카드는 이화영이 아니라 내가 받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14일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신진우) 심리로 진행된 이 전 부지사의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 사건 20차 공판에는 A(여·49)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A씨는 이 전 부지사가 이모 전 의원의 비서로 근무했던 1990년대 초반부터 30년 가까운 친분을 이어온 지인이다. 안희정 전 의원의 지방선거 캠프에서 일하고, 2012년 문재인 대선 후보 캠프 총무팀장도 지냈다.
이 전 부지사는 2018년 7월 경기도 평화부지사로 취임한 이후에 방용철 쌍방울 부회장으로부터 받은 법인카드로 2021년 10월까지 2972회에 걸쳐 약 2억원 상당을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2019년 6월부터 2022년 8월까지 A씨를 쌍방울 직원으로 등재시켜 급여 명목으로 39회에 걸쳐 약 1억원을 지급받은 혐의도 포함돼 있다.
A씨는 이날 “2018년 7월에 쌍방울로부터 연락을 받고 신당동 사옥을 방문해 방 부회장으로부터 직접 법인카드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A씨의 증언은 이 전 부지사가 공직에 취임한 이후에도 쌍방울 법인카드가 필요하다고 요청해 본인이 전달했다는 방 부회장의 법정 증언과 배치된다.
A씨는 검찰이 이 전 부지사가 직접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제시하자 “이 전 부지사의 동선을 비서를 통해 파악하고 찾아가 내가 결제한 것”이라며 “2017년 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았을 때 도움을 준 생명의 은인이기 때문에 뭐라도 해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쌍방울 법인카드 사용 내역에는 이 전 부지사의 집으로 배달된 1000만원 상당의 냉장고·에어컨·TV 등 가전제품, 이 전 부지사와 가족의 통신요금과 배달음식 대금, 차량 주유비, 이 전 부지사의 병원 진료비, 제주도 차량 렌트비 등도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A씨는 이 전 부지사를 위해 자신이 결제하거나, 법인카드를 건네주고 쓰도록 한 것도 일부 있다고 인정했다.
A씨는 그러면서 자신이 결제한 대금을 이 전 부지사가 현금으로 자신에게 갚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법인카드를 용도에 맞게 쓰지 않은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이 전 부지사는 내가 쌍방울에서 받은 법인카드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지 모르나 내가 따로 말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A씨는 또 “쌍방울을 위해 일한 것도 없는데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에 직원으로 등재해 봉급을 대신 주라고 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결과적으로 보면 그렇지만 쌍방울이 내게 일을 시키지 않았으며, 나의 정치적 경력을 보고 쌍방울이 법인카드를 주고 직원으로 채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