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대전 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나 지하 1층·지상 2층짜리 2공장이 전소되고 물류 창고에 있던 타이어 21만개가 불에 타는 피해가 발생했다. 공장 안에 있던 작업자 10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소방대원 1명도 진화 도중 발목을 다쳤다. 한국타이어 측은 이날 불이 난 2공장과 1공장 등 대전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13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9분쯤 대전시 대덕구 목상동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2공장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다. 화재 발생 8분 만에 대응 1단계를 발령한 소방 당국은 13일 오전 2시 10분 인접 지역의 가용 소방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하는 대응 3단계로 격상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소방관 등 인력 800여 명과 헬기 9대, 소방차 등 장비 221대, 대용량 방사포 차량 등을 투입했다. 타이어 등에 붙은 불이 급속히 확산하고 유독성 가스도 다량 분출된 탓에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대전소방본부 관계자는 이날 “화재 발생 약 13시간 만인 오전 11시 큰불을 잡는 초진을 완료했지만 잔해물 곳곳에 잔불이 남아 있어 잔불 정리 작업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소방 당국은 2공장 지하 1층의 타이어 성형 압출 기계(고무를 타이어 모양으로 만드는 설비) 쪽에서 처음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용진 한국타이어 안전소방과장은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와 화재 경보기는 정상 작동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대전소방본부 관계자는 “화재 현장에 대한 정밀 감식 등을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할 것”이라고 했다.
타이어가 타며 내뿜는 유독 가스와 검은 연기가 인근 주택가로 확산하면서 일부 주민은 대피하기도 했다. 한때 화염이 지상에서 50m 높이까지 치솟았다. 인근 아파트 주민 최모씨는 “집 앞 도로 건너편에 공장이 보이는데 ‘펑’ 하는 폭발음이 수차례 들렸고, 바람을 타고 불꽃이 아파트 화단으로도 튀었다”며 “창문을 닫았지만 연기와 냄새가 집 안에 스며들어 집에서 나왔다”고 했다. 공장 인근 신탄진중과 신탄진중앙중은 화재 여파를 고려해 13일 하루 재량 휴업을 했고, 대전이문고는 원격 수업을 했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주요 완성차 업체 타이어 공급에도 일부 차질이 우려된다. 대전공장은 한국타이어 연간 전체 생산량(약 1억개) 중 약 20%(2000만개)를 생산하고 있다. 전체 생산품의 65%가 북미 등으로 수출된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국내 금산공장이 있고 중국, 헝가리 등에 글로벌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는 만큼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