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에서 탈출한 얼룩말이 한 상가 거리 앞을 달려가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동물원을 탈출한 얼룩말이 서울 도심 한복판을 활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 광진소방서는 23일 오후 2시 40분쯤 ‘서울 광진구 자양로에 얼룩말 한 마리가 활보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 탈출한 이 얼룩말은 약 2시간 동안 이 도로 일대 주택가를 배회하다 오후 4시 50분쯤 인근 주택가 골목에서 생포됐다.

지난 2019년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에서 태어나 자란 이 수컷 얼룩말의 이름은 ‘세로’다. 이 얼룩말이 생활하던 우리인 ‘초식동물마을’은 공격성이 낮은 얼룩말들에게 관람객이 먹이 주기 체험 등을 할 수 있도록 약 1.3m의 낮은 나무 울타리만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세로는 이날 오후 2시 30분쯤 이 나무 울타리를 앞발로 부수고 탈출했다. 약 10분 뒤 소방에 “아차산역 앞 자양로 33길에 얼룩말이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동물원 측이 세로가 사라진 걸 안 것은 탈출 15분쯤 뒤였다.

이후 안전하게 세로를 생포하기 위한 동물원·소방·경찰의 합동 작전이 펼쳐졌다. 탈출 직후 곧장 동쪽으로 약 800m를 달려간 세로는 서울 지하철 5호선 아차산역 부근인 천호대로에서 목격됐다. 왕복 8차선 차로인 이곳을 지나는 차량 수십 대 사이를 내달리며 위험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세로는 대로변을 지나 주택가 골목길인 자양로 33길 쪽으로 들어섰다. 그때부터 경찰과 소방은 세로를 골목 한쪽으로 유도하며 안전 펜스를 설치해 퇴로를 막았다. 동물원 측에서는 마취총 자격을 가진 전문가를 포함해 동물 담당 팀 직원 28명이 모두 현장으로 달려갔다고 한다. 6번의 마취총 발사 시도 끝에 세로는 탈출 약 2시간 만인 오후 4시50분 생포돼 다시 동물원으로 옮겨졌다. 사람도, 얼룩말도 다행히 다치지 않았다.

서울시설공단에 따르면 세로는 최근 몇 년 사이 부모 얼룩말이 모두 죽은 뒤 상습적으로 가출하는 등 문제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공원 측은 “얼룩말의 건강 회복을 위해 수의사와 담당 사육사가 전담해 돌보고, 탈출 사고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2005년 이곳 어린이대공원에선 코끼리 6마리 탈출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코끼리들이 인근 음식점에 들어가는 등 도심을 활보했고 행인 1명이 인명 피해를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