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 동물원을 탈출해 서울 도심 활보 소동을 벌인 얼룩말은, 작년에 부모를 모두 잃고 ‘고아’가 된 뒤, 외로움으로 반항적 행동을 자주 보였다고 동물원 측이 24일 밝혔다.
서울어린이대공원의 얼룩말 ‘세로’는 전날 오후 2시40분쯤 서울 광진구 능동 동물원 자신의 공간 1.3m 높이 나무 울타리를 앞발로 부수고 탈출했다. 그러곤 인근 도로를 지나 주택가를 돌아다니다가 3시간30분 만에 마취총을 7발 맞고 생포됐다.
동물원 측은 세로의 이번 탈출 배경에 부모를 잃은 슬픔이 있다고 진단했다. 동물원에 따르면, 세로는 2019년 태어난 수컷 얼룩말이다. 동물원에서 얼룩말의 수명은 25~40년. 세로는 아직 채 성년이 되지 않은 어린 말이다.
동물원 측은 세로의 과거를 ‘엄마아빠 껌딱지’라고 표현했다. 부모 곁에서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잤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로의 엄마가 재작년 여름, 아빠는 작년 1월 잇달아 세상을 떠났다. 동물원 관계자는 “세로의 엄마는 병으로 숨졌고, 아빠는 나이가 들어 자연사했다”고 말했다. 부모가 세상을 떠나면서 세로는 이 동물원의 유일한 얼룩말이 됐다. 동물원 관계자는 “세로의 반항도 그때부터 시작됐다”고 했다.
동물원 폐장 시간이 되어도 잠자리로 들어오지 않으려 버티고, 옆 칸에 사는 캥거루와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싸우기도 했다. 사육사들이 주는 식사를 거부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동물원 측은 재발 방지를 위해 정확한 탈출 원인 등을 조사하는 한편 전담 사육사와 수의사를 붙여 얼룩말을 돌볼 계획이다. 동물원 관계자는 “다행히 세로가 시내에서 포획돼 다시 공원으로 돌아온 뒤에는 일단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있다”며 “세로가 성년이 되는 내년쯤엔 인근 동물원과 협의를 통해 세로의 짝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