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청 공무원들이 부서 법인카드를 이용해 명품 넥타이·지갑 등 사치품을 포함, 각종 물품을 개인적으로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돼 도가 감사에 나섰다. 이런 거래의 법인카드 전표에는 ‘도청 구내 매점’에서 물건을 산 것으로 나와 있는데, 매점 운영자인 도청 노조가 20% 가까운 수수료를 받고 구매 대행을 해줬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도는 감사를 진행 중이다.

30일 전남도 감사실 관계자는 “일부 공무원의 사무관리비 사적 유용 의혹에 대한 내부 감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사무관리비’란 사무용품과 비품 등의 구매 목적으로 각 부서에 할당되는 예산이다. 전남도의 사무관리비는 2022년엔 약 656억원, 올해는 113억원이 늘어난 769억원으로 각각 책정됐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노조 매점의 상품 구매 대행은 이런 식으로 이뤄졌다.

우선 전남도청 노조가 A인터넷 쇼핑몰에 노조 계정을 개설했고, 그 ID와 비밀번호를 도청 공무원들에게 공유해줬다. 공무원들은 물건 구매가 필요하면 노조 ID로 해당 쇼핑몰에 로그인, 물건을 선택한 뒤 결제 직전 단계인 ‘장바구니 담기’까지만 마치고 빠져나왔다. 그러곤 매점에 전화를 걸어 주문자가 누구인지 알려줬다.

주문자 확인 전화가 가면, 이번에는 노조 측이 쇼핑몰에 로그인해 장바구니에 담긴 물품을 일단 노조 돈으로 결제했다. 물품이 매점으로 배달되면 매점 측은 주문자를 불러 결제를 시킨 뒤 물건을 건네줬다. 이 과정에서 매점 측은 19% 수수료를 얹은 금액을 법인카드로 받았다. 법인카드 기록엔 매점에서 물품을 산 것으로 남았다.

해당 ID로 구매된 물품 목록에는 페라가모 넥타이와 몽블랑 지갑, 샘소나이트의 고가(高價) 라인 ‘블랙라벨’의 더플백, 닥스 보스턴백 등 해외 유명 브랜드의 잡화가 포함됐다. 또 삼성전자 갤럭시워치, 에어팟, 버즈 2 이어폰 등 전자 제품이 포함됐고, 닥스 이불, 탈모 샴푸, 목욕제 등도 있었다.

전남도 관계자는 “사무관리비 사적 유용이 의심되는 공무원에 대한 감사는 내달 중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했다.

전남도청 노조 측은 30일 오후 본지 통화에서 ″노조 ID로 그러한 물품을 구매 대행한 것은 사실이지만, 물품 주문자의 결제는 도청 법인카드로 이뤄진 경우도 있고, 개인 카드로 이뤄진 경우도 있다”며 “명품 값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명품을 사는데 왜 수수료까지 내면서 노조 매점 계정을 쓰느냐’는 물음에는 “개인 카드로 결제하는 손님에겐 수수료를 받지 않는 데다, 노조는 해당 인터넷 쇼핑몰의 ‘우수 고객’이어서 할인 혜택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명품 주문자 기록을 확인하면 금방 알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알아보는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