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 지능 숙부의 재산을 관리한다고 나섰던 조카가 숙부의 10억원 상당 아파트를 팔고 그 돈을 마음대로 쓴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동대문경찰서. /조선일보DB

5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횡령) 위반 혐의를 받는 50대 남성 A씨를 지난달 31일 구속해 조사하고 있다. A씨는 자신의 숙부인 60대 남성 B씨의 재산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4살 수준 어린이의 지능을 지닌 발달장애인이다. A씨는 지난 2019년 이런 숙부의 재산을 대신 관리해 주겠다며 법원에 신청해 B씨의 성년후견인이 됐다.

성년후견인은 B씨처럼 장애나 고령 등으로 판단 능력이 떨어지는 성인의 재산과 일상 생활을 대신 관리해주는 사람을 말한다.

A씨는 이듬해인 2020년 B씨가 소유하던 동대문구 아파트를 팔아 10억원 상당 현금을 챙겼다. 이 아파트는 B씨의 아버지가 B씨에게 물려줬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A씨는 베트남으로 넘어가더니 그중 5억원을 사업자금과 생활비 등으로 사용했다.

이처럼 숙부의 재산을 멋대로 가져다 쓴 행각은 법원이 A씨가 후견인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는지 확인하면서 드러났다.

법원은 B씨 아파트 판매금 사용 내역을 보고할 것을 요구했으나 A씨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그러자 법원은 직권으로 후견인을 변경했고, 새 후견인은 이런 재산 상황을 알아본 뒤 A씨를 경찰에 고발했다고 한다.

경찰은 지난 1월부터 수사에 착수했고 지난달엔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을 법원이 발부하면서 A씨는 구속됐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해외 도피 우려가 있고 범죄의 중대성 등을 따져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이라며 “이달 중으로 A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