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9시 45분쯤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탄천을 가로질러 설치된 ‘정자교’ 일부가 붕괴된 현장. 전체 길이 108m의 다리 위에는 차로와 보행로가 있는데, 이 중 보행로 약 50m가 무너져 내렸다. 철제 난간이 휘었고, ‘느티마을사거리’라고 적힌 이정표와 기둥이 다리 아래로 떨어졌다. 경찰과 소방 관계자들이 차량과 보행자 통행을 차단한 채 사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날 사고로 1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 /연합뉴스

경기 성남시 분당에서 교량 일부가 갑자기 무너져 내리면서 시민 2명이 추락해 1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5일 오전 9시 45분쯤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의 탄천을 가로지르는 교량인 정자교의 한쪽 보행로가 철제 난간과 함께 무너져 내렸다. 이 사고로 당시 보행로를 걷던 시민 2명이 보행로와 난간 등 구조물과 함께 약 5m 아래 탄천 변 산책로 바닥으로 추락했다. 사고를 당한 A(여·40)씨는 크게 다쳐 심정지 상태로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B(남·28)씨는 허리 등을 다쳐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정자교는 신분당선 정자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어 출퇴근 시간 시민들의 통행량이 많은 곳이다. 또 반경 500m 내에 초·중·고교가 7곳이나 있어 학생들도 자주 이용한다. 더 이른 시간에 발생했으면 더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주민들은 “대도시 인구 밀집 지역에서 어떻게 이런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느냐”고 했다.

5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정자교에서 교량 양쪽에 설치된 보행로 중 한쪽 보행로가 갑자기 무너져 내리며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소방 등 관계자들이 사고 수습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남강호 기자

정자교는 1993년 분당신도시가 조성될 때 건설됐다. 이후 30년 동안 수십 차례 안전 점검을 받았지만 큰 문제가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경찰은 시공은 물론 안전 점검과 보수 공사가 부실하지 않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수사에 착수했다.

1993년 6월 개통한 정자교는 길이 108m, 너비 26m에 왕복 6차로 차도가 있고 그 바깥쪽에는 가드레일로 분리된 너비 2.2~2.5m의 보행로가 양쪽으로 설치돼 있다. 이날 사고는 아파트 단지인 느티마을에서 탄천을 건너 정자역으로 가는 오른쪽(북쪽) 보행로 약 50m가 무너진 것이었다. 보행로는 물론 난간과 이정표 등이 다리 아래 탄천 변으로 우르르 쏟아졌다. 차로는 가장자리 아스팔트 일부만 무너졌다.

분당 정자교 붕괴 사고

정자교는 그동안 수십 차례의 ‘정기안전점검’과 ‘정밀안전점검’을 통과했고 부분적 보수들이 있었다.

‘정기안전점검’은 6개월에 한번 외관 조사를 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시설물통합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정자교는 2015년 11월부터 작년 말까지 13차례 ‘양호’ 안전 등급을 받았다. 우수, 양호, 보통, 미흡, 불량 중 2번째 단계이며 경미한 결함이 있으나 조금만 보수하면 안전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정기안전점검을 담당했던 업체 관계자는 “정기점검 때는 외관에 심한 손상이 있는지만 살펴본다”며 “일부 손상이 발견되긴 했지만 다른 교량들에서도 발견되는 정도라서 안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밀안전점검’은 2년에 1회 이상 측정·시험 장비를 이용해 실시한다. 여기서도 정자교는 안전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2001년부터 2021년까지 11차례의 정밀점검에서 정자교는 B나 C 등급을 받았다고 한다. A~E까지 5단계 중 B나 C 등급은 간단한 보수나 보강을 할 경우 안전에는 지장이 없는 정도를 말한다.

이에 따라 부분적인 보수가 이뤄지기도 했다. 2020년 8~12월 3억8000여 만원을 들여 정자교의 ‘내진 성능 보강 공사’를 진행했고 2002년, 2006년에는 각각 슬래브(바닥 판)와 교각(橋脚)에 대해 보수·보강 공사를 했다. 2012년에는 균열이 발생한 교각과 교대(橋臺·교량의 양끝을 받치는 기둥)를 보수했고, 2022년 8~12월에 바닥 판 표면 보수와 단면 보수가 이뤄졌다. 그럼에도 이날 보행로 한쪽의 바닥 일부가 내려앉은 것이다.

A등급 받고도 주저앉은 도림육교 - 지난 1월 3일 오전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 인근 도림보도육교가 내려앉아 있는 모습. 이 육교는 한 달 전 안전 점검에서 이상이 없다는 A등급을 받았다. /장련성 기자

특히, 이번 사고는 지난 2월부터 정밀안전점검이 진행되던 와중에 일어났다. 이를 맡은 업체는 지난 3월 콘크리트 강도, 철근 상태를 확인했고 2차 조사를 앞두고 있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지난달만 해도 별다른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붕괴 조짐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정자교는 ‘PSC중공슬래브교’로 분류된다. PSC(Pre-Stressed Concrete·미리 압축 응력을 준 콘크리트)로 만든 바닥 판이 주가 되는 다리다. 성남시 분당구에만 이런 다리가 10개 더 있다고 한다. 전국적으로는 정자교와 같은 상부 구조를 가진 교량이 66곳(2022년 말 기준)이라고 한다.

한편, 이날 정자교에서 약 1km 떨어진 곳에 있는 분당 불정교에서도 보행로 일부 구간 침하 현상이 발견돼 양방향 통행이 통제됐다. 정자교 붕괴 사고 직후 성남시가 탄천 교량을 중심으로 인근 24개 교량에 대한 긴급 점검 과정에서 확인된 것이다. 성남시 관계자는 “육안으로 보기에도 불정교 보행로 일부가 꺼져 있는 모습이 확인돼 통행부터 통제했다”고 말했다.

전국 교량 3만8722개 가운데 30년 이상 된 다리는 7900개로 전체의 20.5%를 차지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아직 붕괴 원인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노후화된 교량에 대해 점검 주기를 앞당기고 점검 항목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