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한 어린이보호구역 내 음주운전 사고로 배승아(9)양이 숨진 가운데 10일 대전 서구 둔산동 사고 현장에 숨진 배 양을 추모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신현종 기자

지난 8일 대낮에 대전의 한 스쿨존에서 만취 상태로 승용차를 운전하다 인도를 걷던 초등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60대 남성이 구속됐다.

대전지법 윤지숙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10일 오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 혐의 등을 받는 A(66)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 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윤 판사는 “도망의 염려가 있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지난 8일 오후 2시 21분쯤 A씨가 만취 상태로 운전하던 승용차는 대전 서구 둔산동 탄방중 인근 교차로에서 좌회전한 직후 오른쪽 도로변 경계석을 들이받고,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 차선을 지나 인도로 돌진했다. 사고를 낸 A씨는 어린이보호구역 안 인도를 걷던 배승아(9)양을 치어 숨지게 하고, 다른 어린이 3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될 당시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08%로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고 당일 낮 12시 30분쯤 대전 중구 유천동에서 지인들과 모임을 갖고 소주 반병 가량을 마셨다”고 진술했다. 그는 사고 지점까지 만취 상태로 7∼8㎞가량 음주운전을 했으며, 음주운전 전과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술에 취해 사고 당시 상황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며 ‘아이들을 숨지게 하고 다치게 해 죄송하다. 죽을 죄를 지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이날 오후 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전 둔산경찰서에서 나오면서 “브레이크를 밟으려다 그렇게 됐다. 유가족께 죄송하다”고 말한 뒤 호송차에 올랐다. 사고 당시 일부러 속도를 낸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음주운전으로 9세 여학생을 들이받아 숨지게 한 60대 남성이 10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대전 둔산경찰서에서 나와 대전지법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경찰은 A씨와 함께 술을 마셨던 지인들을 상대로 음주운전을 방조했는지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2020년 3월부터 시행된 이른바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어린이보호구역에서 13살 미만 어린이를 교통사고로 사망하게 하면 ‘3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