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전북 진안의 한 단독주택에서 80대 부부와 50대 아들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부부는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곧 사망 판정을 받았고, 아들은 병원으로 옮겨져 현재 의식을 회복한 상태다. 방 안에서는 다 탄 번개탄과 함께 찢긴 달력에 적힌 유서 3장이 발견됐다.

10일 오전 전북 진안군 마령면의 한 단독주택 내부에서 발견된 타고 남은 번개탄의 모습. /진안소방서 제공

진안소방서와 진안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18분쯤 진안군 마령면의 한 주택에서 A(85)씨와 그의 부인 B(83)씨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함께 쓰러져 있던 아들 C(53)씨는 원광대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함께 밭일을 가기로 했던 아들 C씨 친구가 이들을 처음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유서로 추정되는 종이도 3장 발견됐다. 찢어진 달력 뒷면에 제각기 다른 글씨체로 한 문장씩 적혀 있었다. A씨와 B씨, C씨가 각각 쓴 것으로 경찰은 추정한다.

A씨가 적은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에는 “나를 할머니(A씨 어머니) 산소 옆 오른쪽에 묻어 달라”는 내용이 적혔다. B씨는 남은 세간을 부탁하는 유서를 남겼다. “집에 있는 찹쌀하고 멥쌀은 ○○네 주고, 간장이랑 된장은 ○○네, 고추장이랑 참기름은 ○○네 주면 된다”는 내용이다.

부부의 아들 C씨가 남긴 유서엔 “치매에 걸린 부모님 모시고 갑니다”라고 써 있었다. 경찰은 이혼 후 부모를 모시고 살던 C씨가 부모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씨는 평소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거동이 불편했고, B씨는 치매를 앓고 있었다고 한다.

전북 익산 원광대병원에 입원해 치료받는 C씨는 현재 의식을 회복한 상태다. 진안소방서 관계자는 “C씨는 의사소통도 가능하지만 일산화탄소 중독 후유증으로 거동은 불편한 상태”라고 했다. 경찰은 C씨와 유족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