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강원도 강릉에서 발생한 산불은 난곡동과 저동 등 야산 산림만 170ha를 불태웠다. 이는 축구장 240여 개의 크기다. 16명 사상에 민가와 펜션 125채가 소실되는 등 인명과 재산 피해도 컸지만 산림 전문가들은 “화재로 훼손된 산림은 이전 상태로 돌아오는 데 100년도 넘게 걸린다”고 말한다.

지난 11일 발생한 강릉 산불로 저동골길 인근 야산 나무들이 까맣게 타 있다./뉴시스

지난 2005년 4월 낙산사가 소실됐던 강원 양양 산불은 당시 산림 973ha를 태웠다. 양양군은 불탄 야산에 3년여 동안 133억9200만원을 들여 1m 안팎 크기의 묘목 300만 그루를 심었지만 18년이 지난 지금까지 키와 굵기가 작아 예전에 비해선 듬성듬성해 보인다. 당시 불에 탄 나무들은 보통 키가 15m 이상 됐었다. 낙산사도 원래 모습을 되찾는 데 4년 6개월가량이 걸렸다. 정부지원금 88억원 등 16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앞서 1996년 3762ha의 산림을 잿더미로 만든 고성 산불은 27년이 지났지만, 산불 이전의 70~80% 수준밖에 회복하지 못했다.

강원석 국립산림과학원 박사는 “불에 탄 숲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데는 30년 이상이 걸린다. 나무가 자라는 시간만 그렇다”며 “나무가 자라면 겉보기에는 숲이 회복된 것처럼 보이지만 불에 탄 토양이 이전 상태로 되돌아오려면 100년 이상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불이 나서 계곡을 떠난 어류가 돌아오는 데는 3년, 개미가 돌아오는 데는 13~14년, 숲과 야생동물이 돌아오기까지는 30년 이상이 걸린다”면서 “특히 토양은 동물과 식물, 미생물 등이 되돌아와서 생태계의 순환이 이뤄져야 복원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