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을 했다며 자수한 30대 남성이 경찰서 유치장에서 호흡곤란 증상 등을 보이다 5시간 만에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대해 전문가 사이에선 필로폰 등 마약류를 과다 투약해 나타나는 부작용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서울 강북경찰서. /연합뉴스

서울 강북경찰서는 30대 남성 A씨가 지난 18일 경찰서 유치장에서 입에 거품을 물고 호흡곤란 증상이 나타나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당일 오후 4시 30분쯤 파출소를 찾아 “마약을 했다”며 자수했다. A씨는 1시간 뒤 경찰서로 옮겨져 마약 간이검사를 진행했고 마약 양성 반응이 나왔다.

이후 경찰은 A씨에 대해 마약 투약량 등을 묻는 조사를 진행하려 했으나, A씨가 극도의 흥분 상태에 빠져 머리를 벽에 여러 차례 찧는 등으로 정상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은 이날 오후 7시부터 A씨를 유치장에 가뒀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A씨의 자해를 막기 위해 취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A씨는 두 시간 뒤인 오후 9시쯤 유치장에서 입에 거품을 물고 의식이 흐릿해지는 모습이 나타났다고 한다. 경찰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은 A씨에 대해 현장에서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를 거친 뒤 오후 9시 20분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A씨는 호흡곤란 증상을 보인 끝에 결국 숨졌다.

경찰 관계자는 “사인을 정밀 검증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 의뢰했다”면서 “담당 경찰관 조사 절차에 문제는 없던 것으로 경찰서 내 폐쇄회로(CC)TV 분석에서 확인됐다”고 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A씨의 사인이 필로폰과 같은 각성제 계열 마악류를 과다 투약해 나타나는 부작용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마약 치료 전문의인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 원장은 “필로폰을 과다 복용한 환자들은 이때 나타나는 피해망상 등 증상이 두렵게 느껴져 경찰에 자수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망 원인으로는 머리를 부딪히면서 뇌출혈이 생겼을 수도 있고, 약물 부작용인 고혈압 상태에서 유치장에서 가만히 있게 돼 피가 뭉치면서 뇌나 폐 혈관이 막혔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경찰은 A씨가 복용한 구체적인 마약 종류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