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지난 1일 행진 집회 중에 경계 근무를 서던 경찰관들을 밀어붙여 넘어뜨리면서 일부 경찰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3일 알려졌다. 인파에 깔린 경찰관 최소 20명 이상이 타박상 등을 입었다고 한다.
사고는 근로자의 날이었던 이날 건설노조 측 1만명(경찰 추산)이 중구 세종대로에서 도로 행진을 시작해 용산구 대통령실로 향하던 중 발생했다. 일부 인파가 행진이 허가된 도로를 벗어나 인도로 몰려들면서 경찰관들이 깔려 넘어지게 됐다.
본지가 입수한 경찰 촬영 영상에 따르면, 건설노조 측은 이날 오후 5시쯤 대통령실 인근 지하철역인 삼각지역 11번 출구 쪽 인도로 몰려들었다. 처음엔 노조원 약 10명이 경계 근무를 서던 경찰관들을 미는 수준이었다.
노조원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위험한 상황이 연출됐다고 경찰 측은 전했다. 노조원 수십명이 경찰을 밀기 시작했고, 경찰과 노조원 사이에 있던 철제 펜스가 무력화됐다.
경찰 일부가 철제 펜스를 머리 위로 받치게 되는 상황이 됐고, 이들 수십명이 샌드위치처럼 앞뒤로 깔리는 현상이 벌어졌다. 앞에서는 노조원들이 밀었고, 뒤에서는 다른 경찰관들이 노조원들을 밖으로 밀어내기 위해 가운데 낀 경찰을 미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현장에서는 “깔렸다고” “멈춰” “밀지 마” 등 비명이 나왔다.
인파가 몰리면서 핼러윈 참사 때처럼 사람들이 물처럼 이리저리 쓸려 다니는 ‘유체화’ 현상도 일부 벌어졌다. 그러나 노조원들은 경찰들을 계속 밀어붙였고 이런 대치 상황은 2분 넘게 이어졌다고 한다.
상황은 버티던 경찰들이 크게 넘어지고 나서야 마무리됐다. 노조원들은 사고가 난 것을 알아차리고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번 일로 경찰 최소 20명이 어깨, 허리, 팔 등에 타박상과 찰과상 등 부상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았다.
당시 현장에 경계 근무 인력을 배치한 서울경찰청과 경기남부경찰청에서는 정확한 부상 인원을 파악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집회 현장이 관할 구역인 서울 용산경찰서는 이 일을 벌인 노조원에 대해 집회시위법 위반 등 혐의로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