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진안군에서 80대 부모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홀로 살아남은 50대 아들이 자살방조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23일 전북 진안경찰서는 자살방조 혐의로 A(54)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10일 오전 전북 진안군 마령면의 한 단독주택 내부에서 발견된 타고 남은 번개탄의 모습. /진안소방서 제공

A씨는 지난달 10일 진안군 마령면의 한 주택에서 아버지 B(85)씨와 어머니 C(83)씨와 함께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발견됐다. A씨는 원광대병원으로 옮겨져 의식을 회복했지만, B씨와 C씨는 사망했다.

사건 당시 방 안에서는 다 탄 번개탄과 함께 찢긴 달력에 적힌 유서 3장이 발견됐다. 찢어진 달력 뒷면에 제각기 다른 글씨체로 한 문장씩 적혀 있었다. 아들 A씨와 아버지 B씨, 어머니 C씨가 각각 쓴 것이다.

B씨 유서에는 “나를 할머니 산소 옆 오른쪽에 묻어 달라”는 내용이 적혔다. C씨는 남은 세간을 부탁하는 유서를 남겼다. “집에 있는 찹쌀하고 멥쌀은 ○○네 주고, 간장이랑 된장은 ○○네, 고추장이랑 참기름은 ○○네 주면 된다”는 내용이다. C씨가 남긴 유서엔 “치매에 걸린 부모님 모시고 갑니다”라고 써 있었다.

경찰은 이 같은 정황을 볼 때 A씨가 부모를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판단해 존속살해 혐의 대신 자살방조 혐의로 입건했다. 함께 자살하기로 합의한 ‘합의동사(合意同死)’로 살아남은 사람에게는 자살 방조 혐의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A씨는 사업 실패로 7000만~8000만원 가량의 빚이 생기고, 이로 인해 집이 경매로 넘어갈 상황에 처해지자 치매를 앓던 부모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기로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사업에 실패하는 등 여러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며 “A씨를 상대로 구체적인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