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11시 58분 제주공항에서 출발해 대구로 향하던 아시아나 여객기에서 착륙 직전 비상문이 열려 승객 12명이 호흡곤란 등 증세를 겪었다.
아시아나항공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 45분쯤 아시아나항공 OZ8124편 여객기가 대구공항에 착륙하기 직전 비상문이 열렸다. 여객기는 문이 열린 상태로 활주로에 착륙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객기에 탄 194명 중 다친 사람은 없었으나, 승객 12명이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이중 9명이 착륙 직후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로 이송됐다.
항공기에 탑승했던 문모(46)씨는 당시 아수라장으로 변한 기내의 급박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착륙 안내 방송이 나간 뒤 2~3분 후에 갑자기 항공기 내부의 공기가 밖으로 빨려나가는 느낌이 들었다”며 “문이 열리자 종이가 날아다니고, 강한 바람 영향으로 몸에 강한 압박을 받으면서 곳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고 했다. 이어 그는 “착륙후 비상구 쪽을 보니 비상구를 연 것으로 추정되는 남성 한명을 승무원과 승객 여러명이 붙잡고 있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사고 관련 기내 방송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교육청은 해당 항공기에 오는 27일 울산에서 열리는 전국소년체전에 참가하는 제주 초·중등 육상선수 38명과 지도자 9명이 탑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유도 선수단 17명도 탑승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들 중 육상 선수 9명이 손떨림 증상으로 착륙 직후 응급실로 이송됐다. 대구소방안전본부는 공항 1층에 임시 의료소를 설치하고 호흡 곤란 등 이상 증세를 호소하는 학생들을 구급차에 태워 병원으로 이송했다. 학생들을 인솔한 제주 육상협회 관계자는 “아이들이 다치지는 않았지만 많이 놀랬다“고 했다.
이 비상문은 여객기가 대구공항에 착륙하기 직전인 상공 250m 지점에서 비상구 좌석에 앉아있던 남성 승객 A(33)씨가 연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A씨는 음주 상태는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A씨가 앉은 비상구 좌석은 여객기 사고 등 비상 상황시 승무원의 지시에 따라 다른 승객들의 탈출을 돕는 중요한 위치다. 만 15세 미만이거나, 노약자나 임산부 등은 착석이 제한되며, 비상구 좌석을 구매하더라도 해당 좌석을 이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공항 및 기내에서 지속적으로 확인한다. 비상구 좌석 이용이 불가능할 경우, 임의로 좌석 배정을 취소할 수 있다. 비상구 좌석에 앉아있던 A씨가 오히려 비상 상황을 만든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탑승 수속 때도 A씨에게 별다른 이상 증세가 없었고, 비상구 좌석을 이용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됐다”고 말했다.
대구경찰 관계자는 “현재 A씨를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이며, A씨가 스스로 문을 열었다고 진술했다”면서 “정확한 범행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