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북부 지역에서 호우 피해로 18명이 숨지고 9명이 실종된 가운데, ‘산사태 취약 지역’으로 지정된 인근에서 피해가 다수 발생했으며, 산사태 취약 지역으로 지정된 곳에서 발생한 피해는 1건인 것으로 잠정 조사됐다.
경북도에 따르면 16일 정오 기준 호우 피해로 인한 사망자는 총 18명(예천 8명, 영주 4명, 봉화 4명, 문경 2명)이며, 실종자는 예천에서만 9명이 발생했다. 이중 사망자 12명과 실종자 3명은 산사태 취약 지역 인근에 거주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가 가장 심한 예천군의 경우, 올해 기준 66곳을 산사태 취약 지역으로 지정했다. 산사태 취약 지역은 지난 2011년 서울 우면산 산사태 이후 집중 호우 등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 등을 보호하고자 산림보호법에 따라 지정된다. 산림청 및 지자체의 조사와 전문가 검증 등을 바탕으로 산사태 위험이 높다고 판단된 상위 1~2등급에 해당되는 곳을 지자체장이 취약지역으로 지정·고시한다.
이번 호우 피해로 3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된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엔 2곳이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됐다. 주택 매몰 등으로 2명이 숨진 용문면 사부리 역시 산사태 취약지역이 2곳이다. 불어난 물에 휩쓸려 1명이 숨진 효자면 도촌리 역시 4곳이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된 상태다. 산사태 등으로 1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된 감천면 진평리도 산사태 취약지역이 1곳 있다.
이밖에 산사태 피해로 2명이 매몰돼 숨진 봉화군 춘양면 학산리, 주택 매몰로 1명이 숨진 문경시 동로면 수평리에도 산사태 취약지역이 지정돼 있다. 산사태로 2명이 숨진 영주시 장수면 갈산리에서도 야산 1곳이 한때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됐으나 올해 취약 지역 해제 예정 명단에 올랐다.
하지만 경북도 조사에 따르면 실제 산사태 취약지역에서 발생한 피해 사례는 영주시 풍기읍 삼가리 1곳인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 전날 이곳에 산사태로 주택이 무너져 2명이 숨졌다. 경북도 관계자는 “인명 피해 사례 대부분이 산사태 취약 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곳에서 발생했다”면서 “취약 지역 기준을 정비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례 없는 호우 속에서 지자체의 사전 점검도 피해를 막지 못한 것으로 지적됐다.
앞서 예천군은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산사태 취약지구 66곳에 대한 점검을 마쳤고, 산사태 우려 지역 2곳에 대한 사방 사업을 경북도 산림환경연구원에 건의했다. 경북도 역시 지난 4월부터 산사태 재난에 대비해 취약지역 5136곳에 대한 예방 대책을 수립한 바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장마로 인해 지반이 약해진 상황에서 폭우로 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실종자를 수색 중이며 추가 피해를 막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