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미호천교의 임시제방이 시공계획과 다르게 부실공사한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 수사본부(본부장 배용원 청주지검장)는 24일 공사를 발주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과 시공사, 감리단 등 10여 개 기관에 대해 동시 압수 수색을 실시했다. 경찰은 앞서 지난 20일 무너진 임시제방과 큰 인명피해가 난 지하차도에 대한 현장감식을 진행했다.

행복청은 미호천교를 확장하는 공사를 하면서 기존에 있던 자연제방 일부를 헐고, 길이 44.2m에 높이 29.7m(제방만 4m), 폭은 하단 18.5m·상단 5m 규모로 만들었다. 비가 많이오는 여름철(6~9월) 임시적으로 만드는 둑이다. 다리 상판을 놓아야 하기 때문에 임시제방의 높이는 기존 자연제방(31.3m)보다 1.6m 낮게 지어졌다. 공사는 지난 6월 29일부터 7월 7일까지 했다. 이에 대해 행복청 측은 “이번 사고는 천재지변으로 인한 것이지, 임시제방 공사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10여m 밖에 없는 톤백... 시공계획과 달라

지난 15일 발생한 충북 청주시 오송읍 지하차도 침수 참사의 원이이 됐던 미호강 임시제방. 16일 물이 빠진 직후 모습이다. 40m 가량 두줄로 있어야 하는 톤백은 10여 m에 불과하고, 높이도 시공계획상 4m 짜리가 절반이상 줄어든 모습이다. / 충청북도 제공

24일 본지는 지난 15일 침수 사고가 발생한 다음날(16일) 물이 빠진 뒤 미호천 임시제방을 촬영한 사진을 입수했다. 사진에는 톤백은 10여 m가 한줄로 쌓여있고, 제방 높이는 1.5m 가량, 폭은 2~3m 정도 밖에 안됐다. 충북도 관계자는 “하천 범람으로 대부분 유실돼 물이 빠진 직후 일부를 긴급 보강한 것으로 보인다”며 “톤백은 땅에 묻혀 2단으로 쌓았는지, 1단만 쌓았는지 확인이 안됐다”고 했다.

당초 이 제방의 시공계획과는 확연히 달랐다. 시공사가 제출한 시공계획서를 보면, 우선 바닥을 정리하고 제방을 쌓은 뒤 다지도록 돼 있다. 이후 천막을 덮고 톤백에 흙을 채워 맨아래 부분에 2단으로 마대쌓기를 하는 게 시공 순서라고 적혀 있다. 업계에선 보통 1t 짜리 대형 마대를 ‘톤백’이라고 부른다.

제방만 봤을 때 톤백은 제방 길이 44.2m만큼 설치돼 있어야 하는데 1/4 정도만 있었다. 폭 18.5m는 대부분 유실돼 있었고, 긴급 공사로 쌓아놓은 높이도 1.5m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행복청 관계자는 “미호천 범람 직전 임시제방에는 톤백 시공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침수사고 전 임시제방을 목격한 인근 주민들은 톤백은 몇개 보이지도 않았고, 천막도 군데 군데 벗겨져 있었다고 했다.

지난 15일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된 미호천교 아래 임시제방. 20일 무너졌던 둑은 대부분 보강공사가 완료된 모습이다. /조재현 기자

지난 20일 찾은 임시제방은 보강 공사가 거의 마무리돼 있었다. 임시제방 뿐 아니라 양쪽 옆 자연제방까지 파란색 방수포를 덮어놓고 톤백을 튼튼하게 설치했다. 시공계획과 달리 톤백 높이도 3~5단으로 쌓아왔다.

◇강물 넘치고나니 둑 위에 톤백 쌓아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국회의원이 지하차도 참사 발생 1시간 40분 전 임시제방이 범람 직전 인부들이 급히 보강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최근 공개했다. 이 영상은 사고 당일(15일) 오전 7시1분 주민 박종혁(63)씨가 휴대폰으로 촬영한 것이다.

영상을 보면 이미 강물은 홍수위(28.78m)를 넘어 제방 끝까지 차 있고, 일부는 넘쳐 흐르기도 했다. 당시 작업자들은 제방 위에 빈 톤백을 놓고 삽으로 흙을 퍼서 톤백에 채우고 있었다. 일부는 흙으로 제방을 돋우고 있었다. 도 의원은 “(행정청은) 새벽 4시부터 나와 작업했다고 했는데 7시까지도 근로자 6명이 삽으로 작업한 것”이라며 “굴삭기 등 중장비는 오전 7시 22분이 지나서야 보인다”고 했다.

영상을 제공한 박씨는 “행복청이 굴착기로 제방 공사를 했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고 영상을 공개하게 됐다”며 “사고 다음날 보니 임시제방 옆쪽 15m 가량이 상부 아스팔트가 떨어져 나가 있었다. 그만큼 유속에 빨랐다는 것으로, 임시제방은 서서히 유실되다가 한순간에 팍 터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21일 도종환 의원실이 오송 지하차도 참사 1시간 40여분 전에 있었던 공사 제방 인부들의 영상을 공개했다. /도종환의원실

◇”비올 때 제방 공사? 위험천만한 일”

전문가들은 “비가 오는 날 제방은 손도 대면 안된다”고 지적한다. 행복청이 중장비를 동원해 제방을 건드리는 것 자체가 위험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사고 당일 행복청은 인부들을 동원해 둑을 넘쳐 흐르는 물을 급하게 톤백을 쌓아 막은 뒤, 이후부터는 둑 뒤쪽에서 굴삭기를 동원해 흙을 돋우고 있었다. 두께도 보강하고, 높이도 보강했다. 그런 과정에서 방수포는 군데군데 찢기거나 벗겨져 있었다.

그러나 토목업체 한 관계자는 “비오는 날 포크레인으로, 만든지 얼마안된 제방을 건드리는 건 제방 입장에서는 지진 충격을 받는 것과 비슷하다”며 “임시제방 자체가 기존제방보다 약한데 비가 오는 날 중장비로 건드리는 건 사실상 무너뜨리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가 올때는 둑을 범람하더라도 그대로 두는 게 오히려 피해가 적다. 잘못 건드리면 이번처럼 터지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흙은 물에 취약해 흙만으로 제방을 쌓아 강물의 범람을 막는 건 위험한 시공 방법“이라며 “심지어 굴착기로 방수포 위에 흙을 덮어 다지면서 제방에 충격을 줬다면 원래의 지지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가 일어난 15일 오전 강물이 둑 상단까지 차오르자 작업 인부들이 중장비를 동원해 흑을 돋우고 있다. / 주민 장찬교씨 제공

◇“도랑 설계도도 이렇지는 않다”... 부실한 시공 계획

이 임시제방은 시공계획부터가 부실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둑을 만드는 재료에 대해 ‘잡초, 나무뿌리, 콘크리트 덩어리 등 유해한 잡물을 포함하지 않은 재료’라고만 돼 있다. 토목업체 관계자는 “흙과 모래, 자갈 등을 섞는 비율은 물론 자갈의 크기까지도 설계도에 담아야 한다”면서 “크기가 다른 재료들이 섞여야 목표하는 강도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작업을 중단할 때는 적당한 구배(기울기)를 두어 표면 배수를 유도한다고 적어놨다. 이 역시 업계에선 정확한 기울기 정도의 수치도 없이 ‘적당한’이라고 표시한 설계도는 이례적이라고 말한다. 둑을 다질 때도 ‘다짐을 실시하고, 작업공간이 부족하면 소형다짐기를 사용한다’고만 돼 있는데 구체적인 다짐도를 적시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한다.

토목업계 한 관계자는 “본 공사가 아니기 때문에 설계도를 구체적으로 만들지 않고 대략 계획 정도만 쓰는 관행이 있기는 하다”며 “때문에 시공을 승인하는 기관이 계획대로 공사했는지 철저히 확인했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