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소방본부가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영지 내 마련한 잼버리소방서./뉴스1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열린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개영식에서 대규모 온열환자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잼버리 조직위원회에 행사 중단을 요청했지만, 조직위는 이를 무시하고 행사를 강행하다 뒤늦게 일부 프로그램을 취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소방당국은 지난 2일 오후 10시 33분 개영식이 열린 대집회장에서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한 사실을 인지했다. 당시 무대에선 크로스오버 경연프로그램 우승팀 ‘포레스텔라’가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를 부르고 있었다.

이후 소방당국은 상황이 급박하다고 판단해 오후 10시 45분 소방 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전북 지역에서 구급차 15대가 추가로 새만금 잼버리 야영장에 출동했고, 광주광역시에서 2대, 충남에서도 2대가 지원됐다. 비슷한 시각 야영장과 인접한 부안과 고창, 김제경찰서에는 모든 경찰력을 동원하는 ‘갑호비상’이 내려졌다.

소방당국은 오후 10시 54분엔 잼버리 조직위에 행사 중단 조치를 요청했다. 당시 소방 당국은 응급조치가 필요한 인원이 100여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신속한 구조를 위해 행사 중단을 요청한 것이다.

하지만 이 시간에도 무대에선 태권도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어 댄스공연 가수의 공연이 열렸고, 드론쇼까지 진행했다. 소방당국의 행사 중단 조치 요청 직후에도 무려 20여분간 태권도 공연, 댄스가수 공연, 드론쇼까지 펼쳐진 것이다. 이 때문에 행사 중단 요청 후 30분 가까이 무대 인근으로 구급차가 진입하지 못하고 구급대원들이 환자를 찾아다녔다.

행사를 진행했던 아나운서는 드론쇼가 끝나자 안내방송을 통해 “돌아갈 때에는 운영요원의 안내에 따라 질서 있게 퇴장해달라. 자신의 주변에 있는 쓰레기를 치우는데 적극적으로 동참해서 깨끗한 스카우트 정신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행사장에서 벌어지는 환자 후송 상황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최창행 잼버리 조직위 사무총장은 “소방에서 중단 요청을 받았지만, 갑자기 중단하고 대피 명령을 내리면 더 큰 사고가 날 수 있어 행사를 계속 진행했다”며 “당시 소방이 환자들을 이송하는 데 큰 문제가 없어서 조직위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최초에 소방에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들었는데, 상황을 보니 온열질환자가 대부분이어서 급히 대피 명령을 내리지 않은 것”이라며 “마지막에 진행될 예정이던 불꽃놀이는 취소했다”고 했다.

하지만 소방당국은 조직위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주낙동 전북도소방본부장은 “당시 위중한 상황이라 구조가 우선이기 때문에 행사 중단을 요청했다”며 “조직위가 바로 행사를 중단하지 않은 것이 의문이다”고 했다. 이어 그는 “무대에서 춤추고 음악 소리가 크게 울리는 상황에서 환자가 어디 있는지 잘 파악할 수 없었고, 계속 행사가 진행될 경우 구조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