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원 기자

서울의 한 공원 인근에서 대낮에 성폭행 사건을 저지른 피의자가 경찰에 17일 붙잡혔다. 30대 피해 여성은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이날 오전 11시 40분 관악구 신림동 공원 인근에서 여성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성폭행한 혐의로 30대 남성 A씨를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오전 11시 44분쯤 신고를 받고, 낮 12시 10분에 피의자를 검거했다. 사건은 주거 지역 한복판에 있는 공원에서 샛길로 이어지는 산속에서 벌어졌으며 주위에 초등학교도 셋 있었다. 범행 현장은 한 초등학교에서 100m도 떨어지지 않은 산 중턱 부근이었다.

경찰은 “살려 달라”는 피해자 비명을 들은 등산객의 신고로 출동해 A씨를 현장에서 붙잡았다고 밝혔다. 산책을 나왔다가 사건 현장을 목격했다는 B씨는 “정오가 조금 넘어 피해자가 들것에 실려 나오는 것을 봤다”며 “피해자가 움직이지 않아 맞은 줄만 알았지 성폭행을 당한 줄은 몰랐다”고 했다. 또 다른 인근 주민은 “등산하러 온 여성의 머리를 뒤에서 가격한 뒤 성폭행했다고 들었다”며 “남성의 행색이 지저분했다더라”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와 A씨는 아는 사이가 아니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 미루어, 경찰은 A씨가 무작위로 성폭행 대상을 고른 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픽=이철원

일각에서는 A씨가 ‘금속 너클’을 손에 낀 채 피해 여성을 폭행했다는 말도 나왔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근처에 너클이 2점 떨어져 있었던 건 맞는다”면서도 “그 너클을 이용해 피해자를 폭행한 것인지, 우연히 너클이 그 장소에 있었던 것인지는 조금 더 조사해봐야 알 것”이라고 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성폭행하려고 여성을 밀어 넘어트렸다”고 진술했다가 “나뭇가지에 걸려 여성이 넘어졌다”고 말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이날 오전 9시 55분쯤 금천구 독산동 자택에서 출발해 약 1시간이 지난 11시 1분쯤 사건 현장 부근에 도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주변 CC(폐쇄회로)TV 확인 결과 A씨는 자택에서부터 사건 현장까지 도보로만 이동했다”고 했다.

경찰이 진행한 마약 간이 시약 검사에서 A씨는 음성이 나왔고, 음주 상태도 아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는 성범죄 등으로 인한 전자발찌 착용 대상자는 아니었다”고 했다. A씨는 과거 군무 이탈 혐의로 기소유예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다른 전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범행 도구가 무엇이었는지를 비롯해 자세한 범행 경위, 범행 예고 여부 등을 조사 중”이라며 “18일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성범죄는 범죄에 대한 공포감을 확산시키며, 대낮에 발생한 건 더 큰 문제”라며 “경찰은 시민·지자체 등과 협력해 문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