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펀드 사태’의 주범인 김봉현(49)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완패해 거액을 물어줄 처지가 됐다. 김씨는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상태에서 진행되고 있는 형사재판 1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고 항소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그는 검찰 수사를 피해 도망다니다 검거된 이후 다시 도주하고, 1심 재판 이후 구치소에서 탈옥 계획을 세웠다가 발각되기도 했다.
수원지법 민사17부(재판장 맹준영)는 수원여객이 김씨 등 5명과 이들의 횡령 사건에 가담한 법인 2곳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에서 지난 30일 “김 전 회장 등은 54억1000만원을 수원여객에 지급하라”며 원고 전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31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 2020년 1월 라임자산운용이 투자한 스타모빌리티 전환사채(CB) 인수 대금 400억원을 횡령하고, 2018년 10월부터 2019년 1월까지 수원여객 명의 우리은행 계좌에서 유령 법인 계좌로 206억을 횡령하는 등 약 1258억원의 돈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법 위반)로 기소됐다.
김씨는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30년과 추징금 769억원을 선고받았으며,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라임자산운용은 2019년 10월 펀드 177개에 대해 환매 중단을 선언하면서 1조6000억원대 소비자 피해를 발생시켰는데, 김씨는 이 라임자산운용의 배후 ‘전주(錢主)’로 알려져 있다.
수원여객은 이 사건과 관련해 김씨 등 3명에게 전체 횡령액 206억원 중 피해가 회복된 51억원을 제외한 155억원 가운데 24억1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또 수원여객 횡령 자금을 받아 김씨에게 전달하는 등 범행에 가담한 주식회사 2곳에 대해서는 30억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피고들에 대한 수원여객의 청구금액 전액을 모두 받아들이는 전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김씨 측은 “수원여객이 업무 감독을 소홀히 해 횡령 사건이 일어난 것이므로 과실상계나 책임제한(피해회사의 과실을 참작해 배상액이 산정되어야 한다는 취지)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책임제한을 인정하게 되면 가해자로 하여금 불법 행위로 인한 이익을 최종적으로 보유하게 해 공평의 이념이나 신의칙을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또 일부 피고가 관련 형사사건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거나 기소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불법행위 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들이 횡령 행위에 공모, 가담했고 이들의 행위가 객관적으로 원고 자금 횡령 행위와 관련돼 원고에게 손해를 입혔다고 판단했다”라며 모두 배척했다.
이날 판결에 하루 앞서 지난 29일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이창형) 심리로 열린 김씨의 형사사건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1심 선고 형량인 30년으로는 부족하다”며 징역 40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특히 수차례에 걸친 김봉현씨의 도주와 탈옥 시도를 중요한 양형 요소로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김씨는 수사 중 출석하지 않으며 도주했고, 1심 선고 전에는 전자발찌를 끊고 도망쳤다가 검거됐다”며 “항소심에서 재판부를 향해 억울하다고 호소하면서도 속으로는 탈옥을 계획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치밀한) 탈옥 계획서만 보더라도 실제로 탈옥을 계획하고 있었던 것이 명확하고, 이는 범행 후 정황으로서 중요한 양형 요소”라고 강조했다.
김씨는 2019년 말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이후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고 5개월간 도주했다. 또 그 뒤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작년 11월에는 결심 공판에 앞서 전자 발찌를 끊고 도주했다가 48일 만에 붙잡히기도 했다. 또 1심 선고 이후 남부구치소 수감 중에 조폭 출신 동료 수감자에게 탈주를 의뢰했다가 들통나 수사를 받고 있다.